[기부문화를 바꾸자]⑤ 세제혜택 개선

대전 D초등학교 김모(12)군은 희귀병인 소아중풍(모야모야)과 싸우고 있다.

뇌에 피를 공급하는 양쪽 내경 동맥이 서서히 막히는 이 질병은 팔, 다리의 마비와 언어장애 등이 나타난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약값을 대느라 빠듯한 김군의 가족은 아픈 김군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부모의 맞벌이도 발목이 잡혔다.

친지의 도움과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몇년 째 계속된 병치레는 중산층이던 이 가정을 극심한 궁핍으로 내몰았다.

대전·충남지역에만 김군의 가족과 같은 가슴앓이를 하는 사례가 수백가구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국민기초수급대상자 지원책은 한정돼 있고, 일반 가정들은 이마저도 없다.

영세민들은 원천적 빈곤에 허덕이고, 국민기초수급권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가정 역시 매년 막대한 병원비에 얼마 못가 영세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죽음보다 더 큰 아픔을 뼛속 깊이 느낀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바로 풀뿌리 기부문화다.

한 가정의 고통을 모두가 나누는 따뜻함은 사회의 불안 요인을 해소하고 안정화시킨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무관심과 냉대에 부딪혀 좌절을 맞보기 쉽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의 관심이다. 개인의 따뜻한 손길은 그들이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구실을 한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부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두레와 품앗이 등 어려울 때 같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동체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습관화 제도화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우리사회의 척박한 기부문화는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돈을 버는 데만 급급했지 쓰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아름다운 재단'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 1인당 연 평균 기부액은 9만8000원이고, 한번이라도 참여했던 사람은 57%에 불과했다.

풀뿌리 기부문화가 정착돼 기부 모금액이 한해 국방비와 맞먹는 영국처럼 선진국과 비교조차 안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수치다.

풀뿌리 기부문화의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기부 빈곤을 자초한 기부단체의 투명성도 개선과제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세제혜택 등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역시 필요하다. 기부금에 대한 개인 소득공제 한도를 미국은 최고 25%, 일본은 25%까지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득액의 10% 한도만 공제된다.

풀뿌리 기부문화는 자연스런 동참이 이뤄질 때 빛을 발한다.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만든 재단은 영원하다. 개인은 한 줌의 흙이 돼도 뜻은 후대로 숭고히 전해진다. 소리없지만 희망을 뿌리는 씨앗, 이것이 기부다.

<서이석·우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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