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변호사

출마한다 안 한다 하며 그동안 온갖 소문이 난무했던 심대평 충남지사가 공식적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 지사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도지사 선거 당시 끝까지 도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개인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저버릴 수가 없다"고 했다.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을 굳히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이 40명 이상이나 된다고 하며, 우리 지역의 몇몇 단체장들도 출마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그러나 자치단체장의 내년 총선 출마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심 지사가 불출마 이유로 밝혔듯이 자치단체장의 임기 내 총선 출마는 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지난 선거 때 유권자들이 자기를 뽑아 주면 임기 동안 한눈팔지 않고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해내겠다고 굳게 약속했을 것이다. 당선되더라도 임기 중에 사퇴하고 총선에 나갈 것이라고 한 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약속을 지켜야 되지 않겠는가. 물론 유권자들도 고작 1년 6개월도 안돼 국회의원을 해 보겠다며 중도에 사퇴하는 단체장인 줄 미리 알았다면 그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이라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직도 제대로 해낼 것 같지가 않다.

둘째, 자치단체장의 임기 내 출마는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해칠 위험이 있다. 현직 단체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의식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선거를 위해 자신의 직무를 십분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행정은 단체장 개인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전락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다른 후보에게는 치명적으로 불공평한 것이 된다.

공정성은 바로 선거의 생명이라 할 것인데, 이미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현직 단체장과 그렇지 못한 다른 후보와는 분명히 출발선이 다른 100m 달리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래 국회의원 진출에 뜻이 있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총선준비를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셋째, 주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낭비되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임기 내 중도 하차하게 되면 보궐선거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선거를 치르려면 막대한 선거비용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선거비용은 결국 주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혈세가 단체장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쓸데없이 낭비되고 유용되는 것으로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다.

필자의 이같은 생각은 결코 어느 특정 정파 편에 서거나 특정 단체장을 공격하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보통 유권자들의 일반적 시각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됐든 임기 동안 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단체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만 열정을 바치는 그런 사람이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게끔 유권자들도 보다 현명해져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심 지사의 이번 결정은 너무 잘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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