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원 우송대 인터넷통상학부 교수

경제체제가 기존 '굴뚝산업'이 지배했던 산업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이행되면서 우리 경제도 많은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재화는 네트워크 재화라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네트워크 재화란 별개의 상태로 존재하는 재화 하나 하나가 효용과 의미를 갖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그 재화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느냐, 그 재화를 이용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얼마나 잘 구성돼 있는가가 재화의 효용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는 재화이다.

예를 들어 전화는 통화를 할 수 있는 상대방이 있어야 비로소 전화로서의 효용을 지니게 되고, 전화 가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화할 상대방이 많아져 효용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재화이다. 디지털 경제로 이행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재화가 등장하고 또한 기존의 재화도 디지털 재화로 빠르게 변환되고 있다. 디지털 재화가 지니고 있는 네트워크 재화적 특성으로 재화간 연계가 중요해지면서 표준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비디오 녹화기술에 관련해 일본 소니사와 마쓰시다사 간에 벌어졌던 베타 방식과 VHS 방식 간의 표준 전쟁은 소니가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도 표준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결국 사업을 포기했던 표준화 전쟁의 전형적인 예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IMT-2000 서비스를 위한 유럽의 '비동기식' 방식과 북미의 '동기식' 방식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게임기 산업에서 닌텐도와 소니,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사 간의 싸움, 무선인터넷 시장을 놓고 유럽의 'WAP', 일본의 'i-Mode',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ME'간의 표준화 경쟁도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경제체제에서는 단순한 기술 우위만으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으며, 표준의 확보가 경쟁에서 승리의 관건이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표준 경쟁이라는 게임의 형태가 '승자 독식(Winner-Take-all)'식으로 승리한다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패했을 경우에는 반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쟁의 원리를 이해해 이에 부합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표준의 확보를 위해서는 자체 역량 확보가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강자, 약자를 가릴 것도 없이 심지어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도 협력해 연합 전선을 펼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의 정비, 표준에 대한 제도와 법의 정비, 전문가 양성 및 표준에 대한 정보 공유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돼 있는 역량을 모아 협력체제를 형성해 사회체제를 새로운 경쟁체제에 맞는 형태로 변모시켜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격언이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는 생존을 위한 절대적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사회에 있는 모든 산·학·연·관이 합심해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 사회의 동향에 맞춰 우리 지역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종·횡으로 협력을 꾀해야 한다.

협력을 통한 표준의 확보가 디지털 경제 체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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