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多 추천 맛집] 대전 ‘솔밭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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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밸리 나들목 인근 묵마을을 알리는 노란색 안내판엔 산골묵집·산밑할머니묵집·구즉묵집·이서방묵집 등이 십여 곳은 되는 묵집 이름이 빼곡하다. 이 안내 표지판을 따라 300m쯤 들어가면 왼쪽으로 ‘솔밭묵집’이 나온다.
‘솔밭묵집’은 황토흙 냄새 물씬 풍기는 토속적인 도토리채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 전순자 씨는 "오래 전부터 구즉 사람들은 인근 야산 등에서 주운 도토리를 묵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거나 집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왔다"며 "어릴 적 친정에서 먹던 채묵 맛을 살려 20여 년 전 남편과 함께 묵집을 개업했다"고 했다. 주인은 수더분했다. 귀찮은 질문에도 대답을 잘 해줬다. 물론 묵맛도 수준급이다.
자리에 앉으면 밑반찬으로 배추김치와 깍두기·동치미를 비롯, 오이·양파·당근 등 채소가 오른다. 이어 나온 잘게 썬 도토리채묵은 김치·참깨가루·김가루 등을 얹어 육수에 말아 국수처럼 주는데, 그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부르기는 육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물은 고기를 고아 내지는 않는다. 국물 만드는 비법은 묵집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솔밭묵집만의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국물은 구수하면서 약간 텁텁한 느낌이 난다.
도토리묵 특유의 질감과 쌉싸래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단출하면서도 투박한 시골음식의 특색이 살아있다.
맏아들 내외가 가게를 맡고 있지만 육수 맛을 내는 건 여전히 전순자 씨의 몫이다.
전 씨는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조리과정의 '노하우'는 아직 며느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귀뜸했다.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내는데 심지어 고춧가루도 파란 국산고추를 사 직접 건조대에 말려 일일이 다듬어 쓴다. 정성껏 만든 도토리묵 한 그릇에 3000원, 큰 걸 주문해도 5000원 선이니 '부담없는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어릴 적 먹던 보리밥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갖은 나물과 채소, 된장국을 넣어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보리밥도 별미다. 그래도 허전하다 싶으면 닭볶음탕이나 백숙을 첨가해도 좋다.
아침 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계절에 뜨끈한 채묵 한사발로 허전한 속을 달래보면 어떨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동영상 cctoday.co.kr 허만진 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