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맛집] 유성 구즉묵마을 '솔밭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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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즉도토리묵은 대전의 별미음식과 전통술인 '6미(味) 3주(酒)' 중 하나로 꼽힌다. '6미'엔 구즉도토리묵을 비롯, 설렁탕·돌솥밥·삼계탕·숯골냉면·대청호매운탕이, '3주'로는 오미자주·국화주·구즉농주 등 3가지 술이 있다. 구즉 묵마을엔 시골마을 하나가 통째로 묵장사를 하는듯 수 십여 개 묵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 가운데 맛으로 소문난 한 곳을 찾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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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밭묵집은 황토흙 냄새 물씬 풍기는 토속적인 도토리채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담백한 채묵, 할머니 손맛이 비결

대덕밸리 나들목 인근 묵마을을 알리는 노란색 안내판엔 산골묵집·산밑할머니묵집·구즉묵집·이서방묵집 등이 십여 곳은 되는 묵집 이름이 빼곡하다. 이 안내 표지판을 따라 300m쯤 들어가면 왼쪽으로 솔밭묵집이 나온다.

솔밭묵집은 황토흙 냄새 물씬 풍기는 토속적인 도토리채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 전순자 씨는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주인은 수더분했다. 귀찮은 질문에도 대답을 잘 해줬다. 물론 묵맛도 수준급이다.

자리에 앉으면 밑반찬으로 배추김치와 깍두기·동치미를 비롯, 오이·양파·당근 등 채소가 오른다. 이어 나온 잘게 썬 도토리채묵은 김치·참깨가루·김가루 등을 얹어 육수에 말아 국수처럼 주는데, 그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부르기는 육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물은 고기를 고아 내지는 않는다. 국물 만드는 비법은 묵집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솔밭묵집만의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국물은 구수하면서 약간 텁텁한 느낌이 난다.

도토리묵 특유의 질감과 쌉싸래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단출하면서도 투박한 시골음식의 특색이 살아있다.

구즉도토리묵은 밋밋한 접시에 나오는 다른 지역의 묵과 달리 국물과 함께 오목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때문에 젓가락질이 서툰 사람도 짜증낼 필요가 없다.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된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구즉도토리묵의 맛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끊어지고 숟가락으로 푸면 흘러내리는 채묵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입을 그릇에 대고 묵을 모아 훌훌 들이키는 것도 방법이다.

도토리묵 맛도 일품이거니와 이 묵을 안주삼아 걸치는 동동주 또한 별미다.

어릴 적 먹던 보리밥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갖은 나물과 채소를 넣어 쓱쓱 비벼먹는 보리밥에 된장국도 별미다.

보리밥이나 채묵만으로 뭔가 허전하다 싶으면 닭볶음탕과 백숙을 첨가해도 좋다.

▲ 전순자 할머니는 어릴 적 친정에서 먹던 채묵 맛을 살려 20여 년 전 솔밭묵집을 개업했다.

◆가난 녹인 '훈훈한 인심'…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겨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부담없이 즐겨먹을 수 있는 도토리묵은 어딘가 모르게 가난의 냄새가 배어 있는 서민의 음식이다. 사실 이곳 도토리채묵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생겨난 걸로 알려지고 있다.

20여 년 전 솔밭묵집 문을 연 전순자 할머니는 “도토리묵은 구즉 사람들에게 하나의 생계수단이었고, 오래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인근 야산 등에서 주운 도토리를 묵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거나 집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왔다”며 “어릴 적 친정에서 먹던 채묵 맛을 살려 묵집을 개업했다”고 설명했다.

구즉도토리묵이란 명칭에서 '구즉'은 묵마을 지명을 뜻하는데, 1980년대 초부터 묵을 만들어 파는 집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구즉은 '묵마을'로 이름을 굳혔다.

농가에서 부업 형태로 만들어 팔던 묵은 93년 열린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전시는 구즉 묵을 '향토음식'으로 지정했고 묵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구즉마을은 아예 '묵촌'이 된 것이다.

지금은 묵과 함께 '훈훈한 인심'을 그릇에 그득그득 담아 내놓는 묵집이 무려 수 십여 곳이다. 도토리묵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기도 하다.

맏아들과 딸 내외가 가게를 돕고 있지만 육수 맛을 내는 건 여전히 전순자 씨의 몫이다.

전 씨는 “웬만한 경험이 없으면 맛있는 묵을 만들기 힘들다”며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조리과정의 '노하우'는 아직 며느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귀뜸했다.

▲ 시어머니를 도와 가게일을 돕고 있는 맏며느리 김명자 씨는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내는데 심지어 고춧가루도 파란 국산고추를 사 직접 건조대에 말려 일일이 다듬고 된장이나 간장까지 직접 담가 다”고 귀뜸했다.

◆값싸고 칼로리 낮은 묵·보리밥…비만·성인병 예방에 효과

솔밭묵집 채묵은 김치의 매콤함과 따듯한 국물의 담백함이 그만이다. 묵은 100g당 열량이 45㎈에 불과한 저칼로리식품이어서,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또 '부담없는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도토리묵은 한 그릇에 3000원, 큰 걸 주문하면 5000원 선이다.

채묵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은 '보리밥'(5000원)이다. 한팔로 안고 비벼도 되는 크기의 양푼에다가 보리밥과 채썬 야채, 그리고 고추장과 된장국이 나온다.

쓱쓱 비벼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눠먹는 정다운 모습이 꼭 밭 매다가 새참 먹는 풍경 같다.

시어머니를 도와 가게일을 돕고 있는 맏며느리 김명자 씨는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내는데 심지어 고춧가루도 파란 국산고추를 사 직접 건조대에 말려 일일이 다듬어 쓴다”며 “된장이나 간장까지 직접 담가 쓰기 때문에 보리밥 한 그릇에 5000원 받으면 비싼 게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아침 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계절에 뜨끈한 채묵 한사발로 허전한 속을 달래보면 어떨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동영상=허만진 영상기자 hmj19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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