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 대전지방법원 민사과장

오늘날 민주국가는 국가권력을 입법·사법·행정의 3권으로 분립한다는 것이 기초상식이 된 지 오래이지만, 그와 같이 국가권력을 분립하게 된 배경은 분업을 통한 능률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통합, 행사함으로써 침해받을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견제장치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20세기 들어서 국가는 바람직한 국정목표를 세우고, 국민들의 규범적 행위를 적극적으로 설정하는 입법권과, 국민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인 작용을 하는 행정부의 행위와 달리 사법권은 국민의 인권과 재산권을 사후적이고, 소극적으로 청구에 의해서 보호하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대비되고 있다. 여기에서 사후적이고 소극적이라는 의미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법의 보호를 호소하는 피해자로부터 제소를 받기 전까지는 법원은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법권의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 역시 다른 행정부의 기관과 같은 잣대로 보는 것 같다.

지난 5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전국 5개 고등법원이 소재한 5개 지방법원에 사법기구의 감시기구로써 시민사법모니터제도가 10월 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처음 실시되었다.

법원에서는 한시적으로 사법모니터제도를 운영해 본 뒤 그 성과를 검토하여 전국적으로 실시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는데 모니터의 구성 및 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서 변호사·법무사는 물론 법원 가족들을 배제하고 각 대학 및 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은 대상자 중에서 연령별, 직업별, 성별 등을 고려하여 20명씩을 선정하였다.

그동안 모니터들은 매월 전화 혹은 서면으로 보고 겪은 사항에 대한 개선의견을 제출하면, 법원에서는 해당 부서에 그 의견들을 통보하면서 시정하고, 조치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여 제안자들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제기된 의견들은 법원의 첫 이미지가 너무 무겁다는 점에서부터 민원창구 직원들의 불친절, 민원서식의 미비치, 호송 피의자들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엘리베이터나 복도 통행을 달리하는 방안, 법정에서 판사들의 언행이며 재판방법, 특히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의 선처리에 대한 비판, 유전무죄 경향에서부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배심제며 참심제 건의까지 실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이런 제안들은 법원이라는 직장에 안주하는 우리 자신들이 미처 보지 못한 참신한 지적도 많았지만, 노약자나 잘 모르는 방문객들에게 각 사무실이나 법정까지 안내 서비스를 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서 법원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법원은 적극적인 당사자인 원고와 이를 부인 내지 반박하는 소극적 당사자인 피고와의 다툼을 법의 절차 안에서 지켜보고 판단하는 중립적인 심판관이나 마찬가지다.

심판은 선수가 룰(rule)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하거나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심판은 룰을 잘 따르도록 선수에게 주의를 줄 수는 있어도 어느 선수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힌트나 조언을 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렇지만 심판은 선수에게 룰을 잘 지키도록 하고 이를 알려줄 필요는 있다. 민사소송에서 경제적 사정으로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증거신청 등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비용을 대납해 주고 사후에 변상받는 소송구조제도가 있고, 형사사건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노약자나 미성년자는 물론 경제적 빈곤자들을 위하여 국선변호인제도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점 등은 더욱 널리 소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