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발주한 주요 시설 공사가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울산시 6급 공무원이 종합건설본부에서 근무한 3년간 매일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터진 후 "공사 있는 곳에 뇌물 있다"는 관행이 일반화된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대전시의 잦은 설계 변경에 곱지 않은 시각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전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10억원 이상 시설공사 중 지난달 현재 14건에 이르는 설계 변경으로 인해 당초 사업비보다 86억6700만원이 증액됐으며, 7억6700만원이 감액됐다. 지난 1998년부터 시행한 100억원 이상 소요 공사 9건 중 6건의 공사를 추진하면서 모두 48차례의 설계 변경을 하여 159억6300만원의 예산이 증액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부실공사 방지나 재난사고 이후 강화되는 안전규제와 관련해서 설계 변경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사업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 사이에 신공법이 도입돼서 설계 변경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형 공사를 시행할 경우에는 먼저 타당성 검토 용역을 거치거나 아니면 발주기관이 직접 타당성, 규모, 내용, 완공 후의 실효성 등을 미리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게 옳다. 그런 결론이 나면 기본설계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시설계를 꾸민 다음 비로소 일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무성의했으면 그렇게 잦은 설계 변경이 있었을까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발주기관이나 수주업체가 어떻게 하든 경제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내 일단 공사를 시작하고 나면 사업비 증액은 관행에 따라 이후에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을 미리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는 결국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는 공공사업의 구상단계부터 더욱 철저를 기해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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