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길 서울보건대 유통학 교수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후 이듬해 곧바로 환란을 겪게 됐다. 그 이후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 유통 대기업이 막대한 외자를 앞세워, 유통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에 대형점을 잇달아 출점시키며 점포 수를 늘려 나갔다. 이로 인해 재래시장 등 영세상들은 고사위기에 내몰리게 되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형점에 대한 출점 규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출점 규제책의 주요 골격은 해당 지역에 적정 점포 수는 과연 몇 개점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적정 점포 수를 계산하려면 가처분 소득이 얼마이고, 소비성향과의 관계, 타 업태와의 관계를 포함한 지역적 특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여러 변수에 의해 적정 점포 수의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규제 정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룡과도 같은 다국적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진출에 따라 지방의 영세상들이 40명만 모여서 반대해도 조정심의가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이는 과다한 출점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재래시장 등 영세상에게는 유리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종전의 경우 건축심의와 교통영향 평가심의로도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예컨대 모 할인점의 경우 교통영향 평가심의시 2차선 셋백(도로로 제공하는 부분)을 요구해 건물 자체에 대한 타당성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어 결국 사업성 결여로 출점을 못한 경우도 있다.

반면에 모 백화점의 경우는 전면뿐만 아니라 4면을 전체 2차선 셋백을 요구하여 사업성 문제로 고전을 하였지만, 현재는 그러한 요인이 고객의 접근성을 제고하여 지역 1번점으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모 세계적 유통기업은 5000명이 상주하는 소도시라 하더라도 3000평 규모의 대형점을 출점한다. 그래도 성공하는 이유는 선진 경영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저비용 운영시스템이 구축되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타 경쟁사보다 손익분기점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작금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10만∼15만명당 1개점을 얘기하는 국내 실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유통산업에 있어서 자유 경쟁체제는 유통시장의 진입을 자유롭게 하고 지역 유통업체의 체질을 강화시켜 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지역민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재래시장 등 영세상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정서에 따른 표심의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존재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의 딜레마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느냐, 아니면 표심을 잡느냐는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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