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사장, 최윤겸 감독,최은성 주장

대전 시티즌이 정규리그 6위에도 불구하고 우승팀과 같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2003 푸마 프로축구 베스트 11'에서 '최우수구단'으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열리는 프로축구 관련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예약해 놨기 때문이다.

'축구 불모지' 대전을 일약 '축구 특별시'로 만들어 놓은 대전 시티즌의 김광식 사장과 최윤겸 감독, 주장인 골키퍼 최은성을 만나 올 시즌 소감과 내년 시즌 각오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註>

"내년엔 꼭 4강 진입할 터"

김광식 사장

"선수와 구단, 팬이 하나가 돼 일궈 낸 공동 작품입니다.

우리 팀이 6위를 차지한 것뿐만 아니라 프로축구가 대전시민의 문화와 정서를 바꾸고 시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어려울 때 구단을 맡아 탁월한 경영능력과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경영 정상화와 정규리그 6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김광식 사장은 올 한해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지만 행복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시즌을 평가한다면.

"작년 해체 위기를 넘기면서 올해는 경영과 경기력에서 안정을 찾는 데 주력했고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최윤겸 감독 이하 선수들이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땀을 흘려주었고 구단 직원들도 개개인의 잠재된 역량까지 모두 발휘했다.

개인적인 평가라기보다는 각종 상이 말해 주는 프로축구계에서 우리 구단의 이런 점을 모두 인정해 주고 벤치마킹의 대상으로까지 삼아 기쁘다. 팬들과 대전시민들을 대신해 구단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각종 기록을 양산하며 상승세를 탔는데.

"홈 관중 수, 홈 승률 1위를 비롯 각종 부문에서 팀 기록을 경신했다. 42만명이라는 대규모 관중몰이에 성공했지만 K-리그 역대 최다 관중인 47만명 기록을 못 깬 것이 다소 아쉽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시즌 초반 염홍철 대전시장과 김광희 정무부시장, 전의수 문화체육국장 등이 개인 대출을 받아 선수들의 급료를 줬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걸 계기로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별 어려움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내년 시즌 전망은.

"올해는 '돌풍'이었지만 내년에는 '정상권 도전'이다. 내년 시즌부터 플레이오프를 신설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4강에 반드시 진입,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4강 진입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은 가능한가.

"올해 57억원 정도가 소요됐다. 선수들의 자유계약선수(FA) 획득과 4강 진입에 꼭 필요한 괜찮은 용병 확보 등의 이유로 내년 구단 운영 자금이 80억원선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자금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 준 대전시와 계룡건설 등의 도움을 더 받고 구단 자체 수익을 올 26억원에서 내년 30억원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고마운 분들이 많았을 텐데.

"올 한 해가 끝날 때까지 매일 전화를 붙들고 고맙다는 말을 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구단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염홍철 대전시장과 계룡건설을 비롯한 지역 업체들과 기관 및 단체, 그리고 운동장에서 우리 팀의 선전을 기원해 준 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일이 전화통화가 불가능한 만큼 이렇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내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일이라 생각한다."

"팬들 성원이 선전 원동력"

최윤겸 감독

최윤겸 감독을 만나러 20일 공주의 숙소에 들렀을 때 최 감독은 무척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프로스포츠 생리상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시즌 재계약 제외 대상자들을 통보해 마음이 무거웠던 까닭이다.

최 감독은 철저하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럽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팀 운영과 함께 때로는 부모나 맏형처럼 다정다감함까지 갖췄고, 이것이 올해 시티즌 선전의 원동력이 됐다.

-성적에 만족하는가.

"지도자라면 모두 같겠지만 만족은 우승뿐이다.

연초 목표를 달성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는 생각한다."

-선전의 요인은.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시즌 내내 큰 고비가 없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자칫 연패에 빠졌다면 '우리는 안 된다'는 패배감이 선수들 사이에 팽배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위기가 없었다."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1년 내내 노력했다.

비록 지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펼쳐 달라고 늘 주문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부담감이 늘어나 결국 경기를 망치기 때문이다."

-팀 플레이에 많은 도움이 됐던 선수는.

"40게임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김성근이 고맙다.

타 포지션의 경우 백업선수가 있지만 김성근의 자리는 없어 자칫 부상에 빠졌다면 팀이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체험했을 텐데.

"대전에 온 뒤 드링크제를 비롯해서 목욕용품까지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격려의 메시지까지 보내 줬다.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나 자신도 설레었고 코치들에게 몇명이 왔냐고 꼭 물어 봤다.

팬들의 성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후원이었고,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내년 시즌 목표는.

"우승을 염두에 두고 4강권에 진입하겠다.

올 원정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못내 장거리 응원을 와준 팬들에게 늘 미안했다.

내년에는 원정경기에서도 필요하다면 수비 축구를 펼쳐 승점을 올리겠다."

-상위권 진입을 위한 선수보강 대책은.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것은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는 욕심이나 구단의 사정을 고려해야 돼 우선 국내 선수들 중 내년 시즌 기용이 불가능한 선수는 정리했다.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알리송은 소속 구단인 울산과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많은 수의 용병보다는 제대로 된 용병을 한두 명 추가하고 싶다.

국내 선수들은 타 구단의 연봉협상 추이를 지켜봐서 즉시 전력감 위주로 영입하겠다."

"선·후배 하나된 시즌… 보람찬 한해"

최은성 주장

"창단 첫 해에 합류해 올해로 7년째를 맞는데 기쁨이 많았던 해입니다. 저를 비롯해 고참들은 후배들을 다독거렸고 후배들은 잘 따라 줘 팀 융화가 잘 됐고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습니다."

대전 시티즌 골키퍼 최은성은 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며 선전을 이끌어 내는 한몫을 담당했다.

32세로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다 입단 첫 해부터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팀에 소금 같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작년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수들의 투지가 남달랐다.

신임 사장과 새 코칭 스태프가 오면서 팀 분위기가 바뀌었고 올여름 팀이 침체됐을 때 선수들이 하나가 돼 위기를 잘 넘겼다."

-시즌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수원전에서 3승1패를 거둔 것에 대해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수원과 이상하게 악연이 됐고 역대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올해 그것을 모두 털어내 기쁘다."

-올 FA자격을 얻는데 내년 시즌 거취는.

"개인적으로는 대전 시티즌이 좋다. 대전 시티즌에서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와도 많이 나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구단과 협의해 절충해 나가겠다."

-내년 시즌 목표는.

"올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도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도 주장을 맡는다면 선수단의 분위기를 유도해 나가겠다. 개인적으로 프로에 입단해 개인상을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해 내년 연말에는 개인상 1개 정도는 받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