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최근 '한글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도 인도네시아의 부퉁 섬은 문자가 없는 그들의 토착어를 지키기 위해 이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을 채택했다며 역시 한글 수출을 새로운 한국의 문화수출로 보도했다.

몽골에서는 우리 한글을 공용문자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단체가 있어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이제 한글은 지구 끝자락에 있는 작은 나라의 숨겨진 문자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 될 정도로 국제적인 문자가 되고 있다. 한국어과를 개설한 중국의 대학은 70개 대학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미국, 일본, 유럽의 대학을 포함하면 640개에 이른다.

지난달 치러진 우리 정부의 한국어 능력시험(TOPIK)에는 9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응시했는데 일본인이 제일 많았고 대만, 태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다양하다. 응시자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취업을 위한 것도 있고 한류(韓流)의 영향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글에 대한 세계적 평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가장 웅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UN이 해마다 문맹퇴치를 위해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의 명칭이 '세종대왕상'이 아닌가.

이런 가운데 배재대학의 정순훈 총장이 '한글 세계화'운동에 맹활약을 하고 있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 총장은 이미 지난 2003년 국내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학부과정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개설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원어민교사를 필요로 하듯, 세계 7개국에 30여 곳의 한국어교육센터를 마련, '한국어 원어민교사'를 파견했는데 수강생이 5000명에 달한다. 법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이처럼 뜨거운 한글사랑으로 정부산하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10월 9일 한글날에 '한글 옷 입기 세계대회'(www.hh1009.net) 조직위원장을 맡아 뛰고 있다.

한글날만이라도 '한글이 좋다'는 T셔츠를 입자는 것이다.

정 총장은 우리가 이렇게 시작하면 한글의 세계화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생님도 학생도 국회의원, 시의원 그리고 모든 시민이 나서자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유치원 꼬마도…. 또 자신이 직접 '한글이 좋다'는 T셔츠를 즐겨 입고 지난봄에 국회에서 열린 '한국어 세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나가 열띤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정 총장의 한글사랑 운동은 참으로 신선하다.

그는 어느 총장처럼 대통령 아들 데려다 명예박사 주고 퇴임하자마자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이상한 감투를 쓰지도 않았다. 그런 얼룩진 외도(外道)를 하지 않고 '한글이 좋다'는 T셔츠를 입고 세계를 뛰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가. 이제 며칠 있으면 한글날. 우리 모두 이날 만이라도 '한글이 좋다'는 T셔츠를 입자.

운동경기장, 등산길, 시장골목에서 백화점까지 그렇게 '한글이 좋다'를 입자.

세종대왕께서 모처럼 저 세상에서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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