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참송이 대량재배 성공

▲ 양평 하나버섯연구소 사장

"아직 재경향우회에서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럴 생각은 있습니다. 또 고향의 발전을 위해 예산지역에 공장을 내년에 지을 계획도 있습니다."

예산 출신의 양평 하나버섯연구소 전용구 사장은 고향을 위한 소박한 꿈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 사장은 우리 시대 농민들이 겪는 아픔을 절실히 경험했던 평범한 농민이었다. 그래서 돼지를 키우다가 돼지파동을 겪고, 벼를 재배하다가 냉해에 걸리기도 하고, 고추를 심었더니 어떤 해에는 고추가 풍년이어서 값이 폭락하고, 어떤 해는 고추 값이 비싼 대신 농사가 형편 없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다.

또 포도농사를 하려고 거봉포도를 들여온 뒤 칠레산이 들어와 또다시 좌절을 맞본 후인 1990년 전 사장은 사과로 묘목을 바꾸기 위해 농촌지도소를 찾았다. 담당 지도원은 전 사장에게 버섯 재배 기술 습득을 제의했고, 돈이 안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으나 정부의 무료 지원 등의 조건에 결국 버섯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바로 간 곳이 일본 나가노현의 '쓰카코시 버섯 재배 연구소'. 전 사장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처음에 연구소측은 전 사장에게 쌀겨, 박스, 병, 바구니, 톱밥 등을 운반하게 하고, 물청소하는 것만 시켰다. 시간이 흐른 뒤 중요하지 않은 작업 사항은 연구소측이 전 사장에게 일러 줬으나 핵심 공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산·알카리 맞추는 작업과 수분을 조절하는 것 등이 그 작업인데, 연구소측은 이 작업을 할 때 전 사장을 내쫓거나 수분측정기를 주지 않았다.

우선 산·알카리 맞추는 작업에서 하얀 가루가 들어가는 것만 알지, 그 가루가 무언지 몰랐다. 전 사장은 어느 날 그 공정을 할 때 그 방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전선을 통과시키려고 낸 구멍을 통해 그 과정을 지켜보는데, 방 내부 구조로 인해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도 얻어 낸 사실은 하얀 가루를 4㎏ 이상 넣지 않는다는 것.

또 하얀 가루의 정체를 알기 위해 그 직원을 몰래 쫓아갔다. 그 직원은 그 가루를 가져 올 때 박스를 태우고, 봉지만 가져 왔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그 직원은 박스를 태우고 가루만 가지고 사라졌다. 전 사장은 소각된 박스에 남겨진 글자를 옮겨 적었다. 국내에 들어와 확인한 결과 탄산칼슘과 생석회였다.

수분조절 작업도 중요하다. 수분이 적으면 버섯이 자라다가 죽고, 많으면 물버섯이 되기 때문. 혼합 물질에는 톱밥도 들어가는데, 그 입자 굵기에 따라, 들어가는 영양소에 따라 수분도 달라진다.

전 사장은 입자 굵기별로 그 물질을 직접 손으로 쥐어짜 결과를 기록했다. 그러다 기계 오작동으로 왼손가락 2개가 잘려 나가자 그는 오른손으로 그 작업을 계속했다. 겨울에는 뜨거운 물을 준비해 시린 손을 녹이면서 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산화탄소 수치 데이터를 보여 주지 않아 맥박으로 탄산가스를 측정해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인들은 전 사장의 노력에 감동해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했고, 공장장 자리까지 내주게 됐다. 1997년 한국에 돌아온 전 사장은 본격적으로 참송이 버섯 인공 재배를 시작해 지난 2001년 종균배양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영양집중균사 결합방식'의 '탈병방식'을 도입해 대량 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참송이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전 사장은 자연산 송이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과 경북 봉화 등을 찾아다니며 1년6개월간 세심한 관찰을 통해 온도, 습도, 산성도, 바람세기 등을 조사했다.
또 기상청에 의뢰해 해당 지역의 5년간 수치를 종합해 평균치를 만들었고, 그 자료에 가장 재배가 왕성했던 기후조건을 대입해 최적치의 환경조건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이런 환경을 끊임없이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사람이 바로 동생 전용만 사장. 전용만 사장은 자동제어시스템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10년 이상 인공지능센서 등을 개발하면서 각종 상을 휩쓴 재원이었다.

동생은 버섯재배사가 기온과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력을 제공, 개발을 조기에 앞당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양평 하나버섯연구소는 그 기술력을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양평군 송학리에 위치한 1300평 규모의 연구소에서 2.5t의 참송이 버섯을 생산, 월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입지와 관련, 전 사장은 "고향인 예산에 연구소를 세울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참송이 버섯은 생육환경이 까다로워 농약과 화학비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해 그 생각을 철회해야 했다.

전 사장은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어 학교에 보내 줬고, 시골 농민의 현 실정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며 "각 농가에 버섯재배 기술 등을 보급하고 고향에 더욱 신경 쓰고 싶다"면서 "내년 2월경 4000여평의 부지에 2400여평의 공장을 세우기 위해 예산이나 삽교 혹은 응봉지역의 부지 매입을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또 "내년부터 대전과 충남지역의 농고, 농업전문학교, 농대에 연구개발비로 일부 지원하고 장학사업도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평생 버섯을 재배할 것이고, 고향과 함께할 것"이라는 평범한 농민 출신 전용구 사장. 짧은 기간 내에 성공과 명성을 얻고,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자신을 낮추고 고향을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고향 예산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었다.?

<약 력>▲1956년 예산군 오가면 신석리 출생 ▲오가국민학교 ▲예산중학교 ▲예산농업전문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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