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논설위원

오는 12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민주당의 분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정몽준 의원의 신당은 성공할까? 대다수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고 외면한다지만, 대선을 앞둔 시기인지라 이런 궁금증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세가 약화됐지만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향후 행보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상생정치를 외치면서도 JP와는 손잡을 수 없다던 한나라당도 JP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당내의 갈등으로 조용해졌지만, 다급해지면 언제 다시 불거질지도 모른다. '시급한 일'보다도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정치권이 보기에는 대권쟁취가 시급한 일이겠지만, 국민에게는 적임자 선출이 더 중요한 일이다.

정치의 멋과 맛을 아는 풍운아로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JP는 13대 대선시에 양 김씨의 화해와 통합을 근간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었다. 그래야만 신군부 세력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운명인지 몰라도 양 김씨와의 회합이 이뤄지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적어도 큰일을 위해선 자신을 버릴 줄 알고, 꽃이 필 때와 질 때를 아는 정치인으로 권력게임을 풀어갈 줄 아는 일면이 그대로 나타난 사례다.

민주당 내의 후보단일화를 지켜보는 JP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JP 곁에 다가와서 때가 되면 말없이 떠났다. JP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들 모두가 오히려 덕을 보았지 손해를 본 사람들은 없었다. 가장 큰 이익의 수혜자는 아마도 YS와 DJ일 것이다. '활용한 자'가 승자로, '활용당한 자'가 패자로 인정되는 한 상생정치의 실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JP인들 할 말이 없고, '활용 당함'에 감정이 없을까?

얼마 전 JP는 '충북 JP 사랑모임' 회원 앞에서 "내 나이 50만 돼도 또 한 번 꼬리를 치겠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지 않는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나는 과욕을 위해 허튼 짓을 하지 않았고 나보다 앞섰다고 생각하면 밀어서 만들었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렇듯 JP는 온축(蘊蓄)형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원로가 없고, 작금의 정치권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정치가 이 모양이니 나라가 어지러워도 탈출구가 안 보인다. JP는 3김 중 마지막 남은 원로정치인으로서 견제와 균형이 통용되는 협의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 실현 즉, 내각제 도입을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 아마도 JP의 향후 진로선택은 그의 정치철학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이다.

일본 전국시대의 일이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伸長)는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했으나, 믿었던 부하에게 암살당했다. 그의 참모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천하를 통일했으나, 정작에 왕조를 세운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였다. 두견새가 안 운다고 오다는 칼로 찔러 죽였다. 도요토미는 나무를 흔들어 두견새가 울도록 했다. 그러나 도쿠가와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JP는 도쿠가와처럼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면서 최종 선택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JP의 눈에는 두견새가 아직도 안 보이는 것 같다. 숨가쁜 대선레이스에 휩싸인 정국 속에서 JP는 두견새가 나타난 이후에도,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국가의 미래보다는 사익과 과욕을 앞세운 정치철새들이 떠난 이후에야 두견새가 나타날지 두고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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