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 창준위 공동위원장

▲ 안희정 위원장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정치권이 '특검 회오리'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특검법 통과 이후 측근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안희정(39) 열린우리당 충남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생각은 어떠할까.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곱지않은 시선도 많이 받았다"는 안 위원장을 만나 '특검 정국과 총선 행보'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특검법 국회 통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고 대통령께서 특검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믿는데, 수사에 협조해 주지 않으면서 검찰 탓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나라당이 먼저 협조해 준 후, 그래도 미진하다면 그때 가서 제기하는 것이 순서이다. 자기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특검법을 도입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이른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데.


"10년 동안 마주 보고 얘기해 왔으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불과 1년 반 전만해도 대통령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누구도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그동안 (우리를) 대신할 만한 선배들도 없었다. 대통령께서 부르시면 일요일에 만나서 밥 한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정책적인 사안에 대한 얘기보다는 참여정부의 역사적 의미 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한다. 5년 후에 (청와대를) 나갈 때 떳떳하게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역대 대통령 네 분이 물러나면서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은 적이 없지 않은가.
이는 무능의 문제라기보다는 부패의 문제다. 5년으로 한정된 유한정권에서 50년, 100년을 책임질 것처럼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나라종금 수사는 현재 어떻게 처리 중인가.

"재판 중이다. 그러나 항간의 얘기와 달리 간명하다. 4년 전에 돈 얻어다 쓰고 못 갚은 게 전부다. 그 당시는 반대급부를 노려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회사가 망해서 돈을 투자한 사람에게 갚지 못한 것을 두고, 정치자금법으로 얽는 것은 문제가 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행정수도 이전은 이미 지난 대선 때 국민적 합의를 받은 사항이다. 서울 중심의 1급 중심체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기대감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이전공약에 공감하면서 이미 절반은 올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와서 이를 인준해 주지 않는다면 내년 4·15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대통령께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집권당만의 전매권이 아니라며 한나라당에서도 법안을 만들어 옮겨 주겠다고 하신 것 아니냐. 대선 때 걸러진 이슈를 또다시 정쟁에 사용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더 이상 원조 논쟁을 하지 않을 테니, 행정수도 이전을 여야가 따로 없는 21세기 정치비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 이인제 의원과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인제 의원과의 대결을 애기할 때는 노 대통령 측근과 노 대통령과 격돌했던 대선 경선후보간 대결이라는 흥미 유발요소가 있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서로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IJ는 자기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조건 선택을 강요해 왔다. 그것이 국민적 공감을 받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무원칙·무소신·당리당략·권력 욕구만 좇는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이다. (나 역시) 검증받아야 하지만 과거의 낡은 정치와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데 고향 후배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에 대해 향후 추이를 전망한다면.

"SK 등의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고, 실체적 진실과 전모가 밝혀지면 무엇을 재신임하고 무엇을 용서해야 하는지, 새로이 출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재신임 문제를 총선을 겨냥해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통치권자 스스로 허물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재신임을 묻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거 낡은 정치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적 개선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8개월 보름가량 지났는데, 이를 평가한다면.

"참여정부는 엄청난 시대적 변화 위에 서 있다. 과거의 국가, 과거의 대통령, 기업환경이나 시장환경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놓여 있다. 모든 국민이 참여해 변화와 개혁을 하는 마당에 대통령 리더십이나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에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동네 구멍가게도 슈퍼마켓에서 24시간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은 곳은 정치영역뿐이다. 국가 운명과 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키려고 하는 마당에 정부나 참모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물리력이나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던 과거와 달리 참여정부에서는 국민의 참여, 자율, 분권, 자치, 균형, 타협, 토론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장성한 아들에게 세대주의 역할을 물려 줘야 한다. 어리다고 무조건 건방지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제 충청도가 바뀌어야 한다. 장성한 아들들이 한 가정의 세대주로 서지 못하게 방기한다면, 그 집안은 망한다. 충청도에서 장성한 아들을 바로 설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충청도의 미래도 없다. 꼭 열린우리당이 아니라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JP(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이젠 생각할 때가 됐다."

▒ 안희정 위원장은
1965년 10월 28일 출생. 대입검정고시 합격, 고려대 철학과 졸업, 2003년 남대전고 명예 졸업. 1987년 고려대 애국학생회 사건 관련 구속, 1988년 반미청년회사건 관련 구속, 1989년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관,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 1998년 노무현 의원 보좌관, 2002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팀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2003년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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