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언론인 盧대통령과 대담]일문일답

▲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대전·충남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본사 이원용 편집국장(오른쪽 끝)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우희철 기자>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측근비리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측근들의 문제로 이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추지 않고 모두를 다 밝히고 간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검찰수사로 부족하면 특검으로라도 밝혀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래서 저는 원칙적으로는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바 있다. 다만 제가 고려해야 될 문제 한 가지는 결국 특검이라는 것은 결국 보충성의 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 권한은 전부 검찰에 있다. 원칙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수사를 했는데도 미진하거나 할 때 특검이라는 것을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본다면 특검 대상 측근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인 최도술씨 건은 지금 검찰에서 활발하게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수사가 종료될 때쯤까지는 특검이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지 않느냐. 그래서 그런 중복과 모순간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면 재의요구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 조절이 어떻게 될지 조금 지켜보겠다. 그런 충돌의 문제가 아니면 저로서는 특검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 단지 시간 조절용 재의 요구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

-지난번 최도술 전 비서관의 비리가 불거졌을 당시에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국정혼란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일자, 최근에는 재신임 투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혀 달라.

"재신임 의사를 밝히고 나니까 국민투표로 빨리 하자고 정치권에서 답변이 왔다. 최대한 빨리 하면 12월 중순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또 불신임됐을 경우 총선시점 즈음에 대통령 선거까지도 맞출수 있겠다는 일정 계산을 다 해서 12월 15일로 제가 제안을 했다. 지금도 제안 상태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논의가 모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선자금 수사문제가 또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아울러 측근, 특히 최도술씨 문제에 대한 수사문제가 조금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 조사가 일단 끝이 나야 문제를 정리할 수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한다. 이 조사가 끝나면 정치권에서도 뭔가 입장을 정할 것 같고, 저도 그 결과를 보고 정치권과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제 재신임에 관한 제안은 아직 유효하지만, 시기에 관해서는 제 제안이 그대로 유지되기가 조금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중요한 부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적절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각 정당에서도 지구당 폐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 선거공영제 등 정치개혁을 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고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현행 정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올바른 초점은 사실 진상을 정확하게 밝히고, 그것도 개별적인 한 사건 한 사건에 대해서 흥미 위주가 아니라 전체 정치자금의 실태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전모를 한번 밝혀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이 일들이 국회와 정당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제도개혁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지구당 폐지, 그리고 선거공영제 이런 것들인데 선거공영제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자기들 편의를 중심으로 사고한 것이고, 지구당 폐지는 내용이 아주 애매해 실현될 수가 없다. 지구당을 실제로 폐지해 버리면 정당의 기초가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정당제도가 바로 설 수 없다. 당원 없는 지구당이 어디 있으며, 지구당 없는 중앙당은 있을 수 없지 않나. 지금 선거관리위원회와 각종 시민단체에서 상당히 모범적인 안을 만들어 놓고 있다. 거기에는 일반정치에 관한 것뿐만이 아니고, 국회의원들에게는 후원회가 있는데 시·도지사나 시장·군수선거에는 아예 후원회제도가 없어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든지 이런 여러 문제, 정당원이 아닌 신인 정치인, 지구당 위원장이 아닌 신인 정치인에게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든지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사안들이 다 잘 나와 있다."

-이라크 파병방침을 천명한 이후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이라크에 파병을 해야 국가 이익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데 명확한 판단 근거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파병 규모와 성격, 시기에 대해 말해 달라.

"지난달 18일 파병을 발표하면서 국익이라고 큰 이유를 하나 내세웠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하나 하나 얘기하려고 하니 조금 복잡해서 국익이라고 뭉뚱그렸지만, 국익의 개념을 단지 경제적 이익의 개념으로만 좁게 보지 말고 큰 틀에서 우리나라의 미래까지를 포함, 포괄적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그동안에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보도하고 한 것을 보면 (이라크에) 가면 전후복구할 때 우리가 참여해서 경제적 이익을 상당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또 석유 거래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들도 많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것은 사실과 그렇게 꼭 맞지 않는다.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가 파병을 결정해야 될 만큼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도 아니고, 실제로 그것은 앞으로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지금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너무 기대를 크게 키우는 것도 적절치 않다. 한미동맹 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파병해야만 한미동맹 관계가 유지되고, 파병하지 않으면 한미동맹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 것인가 그 점에 관해서도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대체적으로 볼 때, 설사 파병이 되지 않더라도 동맹관계가 유지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의 위험이라든지, 조그만 위험도 우리는 확실하게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우리가 채택한 방법은 한·미·일간에, 특히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해서 6자회담으로 풀어 간다는 것이다."

-국가시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간·계층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든지 위도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국가시책에 대한 정부의 추진의지가 다소 미흡하다 보니 타당성이나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의 생각과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가.

"중요한 국책사업은 가급적이면 빨리 결정되고 또 지체없이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날에는 대통령이 결정하면 그대로 갔다. 그러나 앞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합리적 해결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갈등 조정제도라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다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하여금 제도와 조직을 새로 만들고, 전문가 훈련도 새로 하고, 어느 정도 갖춰지면 처음부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일을 시작할 때부터 갈등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가는 그런 제도 및 훈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말하자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서 확산시켜 나가려고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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