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섭 충남대 학생지원처장

지금 대전 시민들은 갑작스레 제기된 대전시와 충남도의 통합론 때문에 상당한 정서적 혼란을 겪고 있다. 타 시·도에서도 제기된 바 있는 광역단체간의 통합논쟁은 이미 실익이 없다고 결론이 난 사안으로서 지방자치 발전 과정의 한 축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과거사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충남도의 수장께서 충남 도청이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타 시·도에서 이미 시·도민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그리고 반목만 양산시켰던 이 문제를 거론했는지 궁금하다. 도청이전과 관련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여지가 있으나, 이 문제 제기는 득보다 실이 많아 결코 도청이전과 관련한 해법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 시·도에서의 경험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전과 충남도의 통합논의는 불필요한 행정력의 분산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전·충남 시·도민간의 정서적 갈등만 야기시키는 소모적 논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논쟁이 소모적이라 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대전·충남도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 11년의 역사가 만든 대전·충남도의 지리적·정서적 경계를 허물고 다시 물리적으로 봉합을 강요하는 것은 역사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 시·도민간의 반목과 갈등, 이익집단들의 반발 등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타 시·도에서 경험한 것들 임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셋째, 대전과 충남은 이제 지역적 기능이나 성격,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
특히 대전은 지난 `89년 도에서 분리된 이래 열악한 지역세를 극복해 내고 이제 막 도시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우리 나라 유수의 과학기술도시로, 제2의 행정수도로서 광역 도시행정의 기틀도 갖췄다. 도·농이 혼재됐어도 어느 면에서는 농촌행정에 가까운 충남도와는 모든 면에서 달라져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넷째, 대전 69.3%, 충남 22.4%라는 재정자립도 면에서 보아도 대전시민들의 정서는 충남도 수용에 매우 부정적 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다.??
물론 혹자는 규모의 경제와 성장 거점이론을 적용해 통합이 광역적 지역개발을 용이하게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시·도 통합은 단순히 경제 논리에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정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성장 거점이론 역시 성장축(중심도시) 주변으로의 파급효과보다는 주변 지역이 중심도시 발전에 흡수되는 역류효과가 더 크다는게 경험적 연구결과이고 보면, 이 또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첨예한 이해 대립과 논란만을 불러올 게 뻔한 통합을 논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전·충남 두 지역이 공동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역간 협력이 아젠다로 돼야 한다는 얘기다. 부디 다른 지역에서 보였던 소모적 논쟁과 갈등이 우리 고장에서만큼은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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