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충청향우회장

정부에서는 지난 10월 21일과 31일에 걸쳐 이른바 지방분권촉진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그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4일에는 대통령자문 국가혁신분과위원에서 앞으로 4년간 현 정부가 추진해 나갈 지방분권 정책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 3장 21개 조문으로 되어 있는 특별법과 전체 7개 기본 방향과 20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는 지방분권 로드맵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학계, 연구단체, 행정자치부(구 내무부), 국회, 정당 등에서 연구 논의해 왔던 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고 일본의 지방자치 개혁 조치 등이 집대성된 듯한 감을 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 태동한 시대의 산물로 장기적인 구상과 치밀한 계획에 따른 제도적 산물이기보다는 시대적 당위와 국민적 여망이라는 후광에 힘입은 정치권의 투쟁과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방자치는 곧 의원과 단체장 선거'라는 도식적 등식에 집착한 나머지 정당공천제 채택 여부와 선거제도 개혁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시에 요구되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마련하는 데 등한시해 왔다.

1991년 이후 4회에 걸친 지방의원 선거와 3회 걸친 단체장 선거는 지방자치의 외형적 요건만 충족시켰을 뿐이고, 지방분권의 충실화 측면에서는 종전의 중앙집권 체제에 비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의 특별법과 로드맵은 지방자치의 충실화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국정구조의 개혁이라는 차원 높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에 있다. 특별법에 나와 있는 과제 하나하나를 깊이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연구되어 세부계획이 짜여진 것이 없고, 이해관계 집단이나 관계 기관의 합의가 이루어져 실시준비 단계에 있는 것도 없다. 예를 들면 법 제10조 제3항의 지방자치 경찰제의 도입문제만 하더라도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임기 중 시행하겠다고 수차 공언했지만 임기 5년 동안 시행은 고사하고 얼마나 준비되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법 제10조 제2항의 지방교육자치제의 개선문제도 계획 시행 이전에 돌파해야 할 난관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너무도 많다.

현재 시·도 단위로 시행되고 있는 교육자치 단위를 시·군·구 단위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는 원래 1991년 3월 26일 이전의 제도로 환원하는 것이 된다.?

오늘날 교육의 핵심적 과제는 교육서비스 제공 단위가 국가냐 자치단체냐 사법인(私法人)이냐 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 수준에 걸맞는 품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초·중등 교육과정을 시·군·구 교육자치기관에서 각자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제도가 과연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부합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법 제9조 제1항은 소위 기관위임사무(機關委任事務), 즉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여 처리하는 국가사무를 전면 정리하고 국가와 자치단체간의 사무배분체계를 조정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고 있는 사무 중에서 어느 것이 고유사무이고, 어느 것이 자치단체에 위임할 사무이며, 어느 것이 기관위임 사무인지 알길이 없다. 사무배분에 관한 실태조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필자는 특별법과 로드맵에 나와 있는 20개 과제를 재검토하여 현 정부 임기 중 시행할 수 있는 실시과제와 중장기 연구과제로 재분류하여 정부의 역량을 시행 가능한 과제에 집중해 주었으면 하고 주문한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의지와 지난해에 새로 구성된 제3기 민선 지방자치단체의 혁신 노력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우리나라의 국가발전에 가장 바람직한 분권형 국정구조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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