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뮤지엄 실장

호황땐 화사·불황땐 차분

2차대전 후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이 발표한 퍼진 스커트와 함께 부푼 가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우아한 스타일은 패션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지난 98년 한국이 IMF 외환 위기를 맞이했을 때,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색상은 화사한 파스텔톤 계열이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유독 회색 같은 무채색 계열의 옷이 인기였다.

또 치마 길이를 보면 경기가 호황일 때는 짧아지고 불황이면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위와 같이 증명된 바는 없지만 경기와 패션계에는 모호한 상관관계가 있다.

불황기에 긴 치마가 유행하는 것은 되도록 옷감이 많이 드는 롱스커트를 첨단 유행으로 내세워 원단의 소비를 늘리려는 직물회사들의 계산된 속셈이란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에 따라 여성들이 발목을 드러내고 소재를 다소 적게 사용한 의상이 환영받았던 현상이나 1973년 제1차 오일파동과 함께 세계 경제가 급강하했을 때 판탈롱(나팔) 바지와? 미니스커트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경기가 상승세일 때는 빨강과 황금색 같은 따뜻한 컬러가, 침체기에는 파랑처럼 차가운 느낌의 색이나 회색, 검정 등의 무채색이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확실히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의 심리가 옷차림에서 발랄하게 표현되어지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면 무거운 마음이 옷차림을 단순하고 차분하게 만든다는 심리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여기에 덧붙여 풍요로운 시대에는 작은 가슴이, 빈곤한 시대에는 큰 가슴이 인기를 모았다는 학설이 있다.

중세 회화의 유방 연구서에 의하면 중세의 가난했던 시대에는 유방이 큰 마리아가 숭배됐으나, 르네상스시대에 와서는 생활이 윤택해지자 작은 유방이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끝나면 모든 면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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