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J군!

이번 7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지방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네. 누구보다 자네의 아버님이 제일 기뻐하겠지. 자네 아버지는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조그만 중소기업의 기술자로 한 평생을 보내며 자네가 공무원이 되는 걸 가장 큰 꿈으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공장말단의 청소부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공장기술자로 인정받는 것을 만족해하는 자네 아버지는 아들 역시 비록 지금은 9급 말단이지만 언젠가는 '계장님', '과장님' 소리를 들어가며 살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흐뭇해하더군.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고생하여 공부시킨 부모의 행복이지. 그런 뜻에서 자네는 큰 효도를 했어.

J군!

대학 나오고 9급 공무원 합격한 게 무슨 축하할 일이냐고 냉소를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생각해 보게. 요즘처럼 취업난에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공무원이 되어 생활의 안정을 얻게 된 것이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부모, 형제, 결혼대상자- 등을 생각하면 박수를 칠 일이지. 또 9급은 8급도 될 수 있고, 7급, 6급… 마침내 1급에 이를 수 있다는 '꿈의 밑자리'며 그 가능성을 보장하는 숫자가 아닌가.

J군!

이제 공무원의 길을 걸으면서 명심할 일이 있네. 첫째는 1급에까지도 이르겠다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굽힘 없는 도전을 감행하는 산악인 같은 자세가 필요하네. 두 번째는 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무원이 돼야 하네. 뇌물 안 받고 고지식하면 그게 다는 아니야. 지난해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기적적으로 흙구덩이에서 갓난아이가 살아 나오자 현장에 있던 여자경찰관이 자기 가슴을 헤치고 젖을 먹였다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게 바로 감동이지. 서류 내밀면 무조건 '안돼요'하지 말고 '이렇게 저렇게 보완하면 될 수 있어요'하면 그 역시 감동이네.

일본의 정권교체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고객감동의 관료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야. 세 번째는 노동조합문제네. 6급 이하는 누구나 공무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니 자네도 선택을 하게 될 걸로 봐. 또 이미 많은 공무원이 가입하고 있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즉 자네가 지나치게 강경투쟁을 부추기는 상급단체를 갖는 경우 일세. 생각해 보게. 자네 아버지의 공장이 부품을 납품하는 자동차회사가 지난번 불법파업으로 장기간 조업을 중단하자 누가 가장 고통을 받았나? 자네 아버지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 아닌가? 지난 18일 평택시에서 지식경제부 장관과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 협력업체 대표들이 간담회를 가졌는데 과거 강성노조가 대의원 교육 등을 핑계로 시간을 빼앗는 바람에 생산량을 감축시키는 일이 많았으나 지금 빨간 조끼를 입은 노조간부들이 현장에 없어서 그런지 생산성이 두 배 이상으로 향상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상급단체는 정치이념과 폭력에 좌우되지 않고 평화와 상생의 노사문화를 선도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지.

부디 주름진 아버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게. 그게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네. 자네는 이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무원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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