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목원大 이사장

지난 9일은 한글날이었다. 한글 제정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 발전을 도모하며 한글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6년(세종28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이 반포된 것으로 기록돼 있고 금년이 556돌 되는 해이다.

1926년 음력 9월 29일에 조선어연구회가 주동이 돼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이날을 제1회 '가갸날'로 정했다.
이듬해인 1927년 조선어연구회 기관지 '한글'이 창간되고부터 이날을 '한글날'로 개칭하고 계속 기념해 오다가 1932년 양력으로 고쳐 10월 29일로 기념일을 개정해 지켜 왔다.

1934년 정확한 양력 환산법에 따라 10월 28일로 정정했고, 1940년 7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 발견됐는데 정인지 후서에 반포일이 9월 상한으로 나타나 있어 상순의 끝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한글날은 1970년 6월 15일 대통령령으로 공휴일로 정했다가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1446년 훈민정음을 공식으로 반포할 때 정인지가 '훈민정음 해례'에 부친 후서에 따르면 "지혜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이것으로 글(한문)을 풀이하면 그 뜻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옥사(獄事)를 다스리면 그 정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인지의 서문에 따르면 우선 한글은 배우기가 아주 쉽다고 보았다. 지금도 영리한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전에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우치는 경우가 많다.

본래 글이란 인간의 사고(思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생각은 마음과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쉬운 글을 통해서 백성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인지는 한글의 실제 용도로서 글(한문)의 풀이와 옥사를 들고 있다.??
옥사란 각종 민원과 송사재판에서 종래의 이두 대신 새 글자로 조서나 판결문을 사용하면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유교경전을 쉽게 풀이해 백성들을 유교적으로 교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 한글 창제의 목적이 편민(便民)과 교화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백성들의 편의와 교육을 위해서 창제된 한글은 그 당시 백성들에게도 밝은 등불이 됐을 뿐만 아니라 조국 근대화를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배우기 쉬운 한글로 인해서 우리 민족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기록하게 됐다.

한글 창제의 동기와 역사를 살펴보면서 못내 아쉬운 것은 우리가 한글을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민족적 과업에 너무 소홀한 점이다.

인터넷 통신이 자라나는 세대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한글의 오·남용은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다.

지난 9일 문화부는 '국어발전 종합시안'을 발표했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육성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할 때다. 문화민족으로서의 꽃을 피우게 한 한글의 위력이 세월이 갈수록 더욱 찬란하게 빛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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