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제계 ‘地選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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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경제계 ‘地選모드’로
  • 최일 기자
  • 승인 2009년 08월 17일 2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9년 08월 18일 화요일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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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임원 등 출마준비·표밭 다지기 분주
편가르기·줄서기 횡행땐 경제 악영향 우려
대전의 한 중소기업 임원인 A 씨는 내년 지방선거에 모 지역 기초단체장 출마를 목표로 물밑작업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표밭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그는 경기침체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사내에선 ‘눈칫밥’을 먹으며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덕산업단지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지방선거가 점점 다가올수록 자신이 대전시장 후보인 C 씨의 측근으로 분류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곤혹스럽다.

C 씨가 공직에 몸담던 시절 해외출장길에 동행해 개인적인 친분을 맺었던 B 씨는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C 씨의 간곡한 부탁으로 지역선거대책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것이 지금까지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대전지역 경제계가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민선 5기 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빠르게 선거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출마가 점쳐지는 시장·구청장 후보들에 따라 ‘아무개는 OOO 사람’ 식으로 파벌이 나뉘는가 하면 지자체 수장 자리나 지방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출마를 저울질하는 기업인도 상당수 있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종시 건설, 4대강 살리기 등과 관련한 여·야 갈등, 로봇랜드와 자기부상열차에 이어 첨단의료복합단지마저 대전 유치에 실패하며 지역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경제계에도 선거판에 따라 편가르기와 줄서기, 흠집내기가 횡행할 경우 조기에 선거가 과열양상을 띠며 극심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지역 경제계가 지방선거로 요동치며 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채 주춤거리게 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분열과 반목이 심화될 뿐 아니라 차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던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안사업을 놓고 대전시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차기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섣불리 특정후보에게 줄을 설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만 하고 있다”며 “괜한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로 사업 추진을 보류하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선거모드’로 빠져드는 경제계의 현실을 반영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원연구원이 지난 6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2027명을 대상으로 기업호감지수(CFI) 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에 대해 호감이 없다는 대전시민 10명 중 4명은 그 이유로 '정경유착'을 꼽은 바 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