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금메달을 향한 감동적인 혈투를 벌인다. 더욱 우리 국민들을 애타게 한 것은 심판의 노골적인 오심(誤審).

이런 내용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 것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다. 눈물겨운 감동으로 순식간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도 영화 속에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선수들이 심판의 오심에 불만을 토로하자 감독이 한 말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그에 대처하는 것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들어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첨단 의료복합단지가 대구와 충북 오송으로 결정이 났다. 이것을 유치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은 대전시로서는 실망과 허탈감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로봇랜드 유치 실패, 자기부상열차 실패에 이어 첨단의료복합단지마저 실패했으니 '3연패'의 아픔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심판의 오심'으로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일부 모습이다. 물론 그럴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과연 대전시가 패배한 것은 심판에게만 문제가 있어서 인가?

또 일부 관전자들은 선수를 나무랜다.

그러나 관전자들도 제대로 응원을 했는가.

궁사(弓士)는 화살이 과녁을 맞추지 못하면 자기의 자세를 반성한다고 한다.

정부부처 간부회의 때, 어느 정권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또 어느 정권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영남 향우회'같다거나 '호남 향우회'같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라는 시합을 편파판정이나 오심 없이 얼마나 초연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까?

혹시 우리의 궁사는 순진하게도 연구단지만 믿고 화살을 쏘다가 과녁이 빗나간 것 아닌가? 그러나 연구단지는 자기부상열차 실패, 로봇랜드 실패에서 보듯 특효약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전략이다. 미국은 절벽 같은 평양에 접근하여 여기자 2명을 석방시켜 데려왔다. 우리도 심판의 오심을 뛰어넘는 치밀한 '전략'과 '기술'이 필요했다.

충북과 대구의 유치운동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었다.

그렇게 지역의 분위기를 달구는 데는 리더십이 절대 중요하다. 잘 나가는 지역의 공통점은 '지역의 리더십'이 살아있어 모든 에너지를 통합한다. 여당도 없고 야당도 없으며 오직 '뭉쳐진 충북' '뭉쳐진 대구' '뭉쳐진 광주'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전의 힘은 계속 분열이 있을 뿐이다. 우리 시의회, 얼마나 부끄럽게 주류·비주류하며 집안싸움들을 해댔는가. 그 10분의 1의 힘이라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쏟았는가. 우리 국회의원들 솔직히 말해보자. 얼마나 뜨거운 열정으로 땀흘려 뛰었는가. 누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 대열을 이끌겠다고 나섰는가.

대전시는 독자적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대신할 대형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한 충남과 함께 공동산업단지를 추진하는 등 대전·충남과 상생발전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결집된 지역의 리더십과 전략이 없으면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내 탓이오!'하며 힘을 결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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