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종 대전패션협회장

지금 패션이 어떤 혁명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파리와 런던 콜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은 오트 쿠튀르(맞춤복)에서 보여졌던 정교한 장식을 프레타 포르테로(기성복)로 가져왔고, 그런 과정에서 정형화된 스타일을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담긴 옷입기 방식으로 대체했다.

그럼 프레타 포르테와 오트 쿠튀르란 무엇일까?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는 고급 기성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 파리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그전의 기성복보다 질이 좋은 고급 기성복 제품이다.

어원은 `프레(pret)'가 `준비돼 있다'는 뜻이고 '아 포르테(a-porter)'는 '입다'라는 의미로 입을 준비가 돼 있는 옷이란 의미이다.

오트 쿠튀르(houte coture)란 불어로서 우리 나라 말로는 주문복·맞춤복의 뜻이다. '꾸띠르에(couturier)'는 오트 쿠튀르 옷을 만드는 사람을 칭하는 말로서 수년간 수련을 쌓은 사람들로서 옷에 관한 한 장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의미한다.

특히 파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화려함의 극치로 누구나 보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입장할 수 없으며 참가하는 디자이너의 수준과 그 숫자도 협회에서 엄격히 관리한다.

사실상 판매보다는 보여주기, 자기과시, 명예의 상징이다.

따라서 오트 쿠튀르는 우아함의 대명사이며 유행을 창조하고 각 패션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뚜렷한 구분을 보이던 두 콜렉션이 새 천년에 들어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90년대 초반을 주름 잡던 미니멀리즘(최소한의 주의-기계문명에 대한 낙관주의, 직선적인 실루엣, 쇼트 스커트, 심플리티)이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한 모색을 하게 했고 그로 인해 몇 시즌간 옛것에 대한 진부한 모방이 계속돼 이후의 패션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부터 패션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디테일을 선택했다.

맞춤복을 규정하는 특성 중 하나는 바로 개성이다.모든 부분을 손바느질함으로써 단 하나뿐인 드레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기성복(pret a porter)은 이전보다는 더욱 이런 맞춤복(houte coture)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이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패션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술과 깃털로 장식한 스커트와 러플,프릴이 풍성한 블라우스를 보면 기성복 컬렉션이 맞춤복 컬렉션을 따르고 있음을 증명한다.

물론 예전보다 발달된 기술이 이런 옷을 만들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기술이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이런 옷을 만들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좀 아이니컬하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도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대전패션협회장 디자이너 정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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