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곤

우리들은 지금 일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향하여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식 수준은 저개발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 증가에 반비례하여 국민의식 수준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선진 국민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첫째, 소득이 높고 둘째, 교육 수준이 높아야 하며(문맹률이 낮아야) 셋째, 사회체제가 민주적이야 하고 넷째, 국민의식 수준(준법정신)이 높아야 한다. 앞으로 5∼6년 후면 국민의식 수준을 빼고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 충족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문제는 국민의식 수준 향상이 당면과제다.

부족한 대통령이라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여 선출된 이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은 해야 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치인이 있는데 과연 이들이 다수결의 원칙인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인가? 안타깝다. 내 부모는 내가 섬겨야 남들도 내 부모를 섬기는 법이다. 내 맘에 안 들어도 다수가 지지하는 것을 따라갈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최근 기업인이나 근로자들은 국민소득이 올라갈수록 공생(共生)이 아닌 내몫 챙기기에 급급하다. 회사가 쓰러지면 내 직장이 없어진다는 기초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회사는 망해도 사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풍토다. 어느 다국적 기업인을 만나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고 물었는데 우문현답이 되었다. 회사의 능력을 노동자들도 잘 알고 있는데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자기 회사가 망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회사의 투명한 경영과 근로자(노동자)들의 상식적 사고만 갖고 있다면 노사문제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

국민의식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첫째로 국민의식 개조운동에 국민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범국민운동 조직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냐의 국민적 토론을 거쳐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단체들의 총연합체를 이끌어 내야 한다.

둘째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국민의 행동지침을 만들어 솔선수범하는 국민운동을 펼쳐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을 지키고 사회질서를 지키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는 '나만이라도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정신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잘못하는데 나 혼자 지킨다고 개선될 것인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만이라도 지키자'는 운동이 확산될 때 국민의 의식 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넷째로는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고방식이다. 일본 언론들은 국익과 관련된 기사는 스스로 자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 나라 문제를, 내 집안 문제를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밖에 호소하려는 풍토, 약소민족의 사대주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내 문제를 남에게 의존하려는 것은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 격이 될 뿐이다. 국가든 단체든 가정이든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한다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며, 언론이 먼저 뼈를 깎는 자기반성 속에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다섯째로는 교육이다. 교육은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더 시급하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같이 갈 때 국민의식 수준은 향상된다. 배운대로 가정과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 풍토가 마련되어야만 사회가 건전해진다.

<약력> ▲경제기획원 외자관리국장, 경제계획관 ▲농수산부 농업정책국장, 양정국장 ▲농수산부 차관 ▲충남지사 ▲고합그룹 상임고문 ▲천안대학교 교수(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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