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식재료·조리법 정형화 - 메뉴 명칭변경운영업체 “업소별 개성·특색 없애” 부정적

청주시가 청주한정식의 발전을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이 현실과 동떨어져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청주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18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청주한정식 메뉴 개선 및 조리기술 교육’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이 용역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음식연구소와 유명 궁중음식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연구했으며, 청주한정식의 메뉴별 명칭을 기존 시골, 대감, 수라에서 가로수, 무심천, 직지로 바꾸고 메뉴별로 정형화된 식재료와 조리방법을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6일 청주한정식 운영업체들을 대상으로 조리기술교육을 실시한 후 13일 업소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청주한정식 운영업소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청주한정식 운영업체들은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피력했다.

A업소 관계자는 “청주한정식을 정형화해 각 업소마다 같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각 업소의 개성과 특징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B업소 관계자도 “업소의 규모와 개성에 따라 주력 상품이 다른데 같은 재료, 같은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업소 간 차이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특히 단골손님의 경우 한정식 집에서 같은 메뉴만 나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뉴별 명칭변경에 대한 의견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C업소 관계자는 “1년간 시골, 대감, 수라라는 명칭을 사용해 청주한정식을 찾는 손님들은 익숙해졌는데 이제 명칭을 바꾼다면 혼란도 오고 메뉴판 변경에 따른 예산도 낭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결과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궁중한정식에 맞춰져 청주의 지역적 특색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D업소 관계자는 “청주한정식의 특징이 살아나지 않았다”며 “메뉴와 식재료까지 정형화시켰는데 서울 고급한정식의 고가상품과 비슷해 청주지역에서는 단가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업소 대표는 “청주시가 청주한정식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연구용역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가 한정식 보급에 마음만 앞서는 것 같다”며 “청주한정식을 운영하는 업소들과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연구한 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해마다 청주한정식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지난해는 지역대학과 연구를 해 올해는 서울의 대표적인 음식연구소에 용역을 맡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연구용역이 음식점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메뉴얼이 부족해 정형화된 결과를 요구했다”며 “각 음식점들은 각 업소들이 현실에 맞게 반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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