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디럭스·하야트·쉬즈·젝시…'

'도시의 또 다른 얼굴, 간판.'

여기에 한글이 사라지고 영어와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풀타임, 하야트, Xian, 디럭스, 쉬즈, 애마, 젝시… 등 대전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업소들의 간판명으로 우리말이 경시를 넘어 천대받고 있다.

그러나 일반 업소들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법적인 규제는 물론 대책 또한 사라졌다.

업종과 지역, 시간에 따라 이런 현상에도 차이가 있다.

대전시 중구나 동구, 대덕구 등 일반 음식점이 많은 곳은 정자나루, 엄니가 차려주는 밥상 등 우리말과 글을 이용한 업소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반면 신흥주점과 숙박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선 서구와 유성구는 업소들의 특성상 한글로 된 간판은 보기 어렵고 일상화된 한자까지도 외면받고 있다.

서구에서 간판제작업을 하는 최모(38)씨는 "튀어야 살 수 있는 장사에 한글을 쓰면 평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간판 이름만 봐도 술집인가 음식점인가를 알 수 있고 어느 지역에서 개업하는가도 대충 안다"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판명도 변화해 88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영어가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일본어가 급증했으며 한글과 외래어가 섞인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청에서는 업소개업에 따른 신고가 접수돼도 간판명으로 인한 불허처분은 불가능하며 개명을 권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갈수록 주변 환경과 조화를 외면한 채 제멋대로 디자인되고 자극적인 언어로 오로지 '튀는 데만' 급급한 상호들로 만연되고 있다.

특히 주점이나 술집 등은 조개다방처럼 언어의 다의적 해석을 교묘히 이용해 원초적인 연상을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을 즈음해서 좋은 상호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한글이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올해는 이런 행사도 없어졌다.

구 관계자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영어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어로 된 업소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글과 외래어를 혼합해 쓰는 무국적어도 많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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