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희

뭐가 옳은지 정말 헷갈린다. 아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만일 순국선열들이 이런 꼴을 보고 있다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정말 걱정스럽다. 요즘 일어나는 어이없고 망측한 일을 몇 가지 적어본다.

역사적으로 집권 초기에 집권 여당이 둘로 쪼개지는 일은 처음이다. 집권 7개월이 지난 후에 겨우 국민들에게 보여 준 것이 그 모양이라니 말이다. 이유는 다 그럴 듯하다. 한마디로 개혁하고, 지역갈등 해소하자는 것이다. 세상에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것보다 더 훌륭한 그럴 듯한 미사여구를 구사하면서 신당을 만들어 왔다. '전두환=민정당', '노태우=민자당', '김영삼=신한국당', '김대중=새천년민주당'. 이번 통합신당도 예외가 아니다.

두 번째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한 지 몇 달도 안돼 탈당했다. 집권 말기에 대통령이 선거 중립을 위한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탈당하는 일은 있어 왔다. 그것도 문제이지만 뽑아 준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헌 신짝 버리듯 버린단 말인가, 처녀가 애를 배도 핑계가 있다고 한다.

세 번째로 노무현 대통령은 무당적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 통합신당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해 왔다. 앞으로 국정운영을 원만히 하겠다는 것이나 당적이 없으면 오히려 국정운영에 혼선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법안을 어디에서 주도적으로 챙겨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실종돼서다. 또한 우리 정치는 정당정치이고 책임정치이다. 어느 당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각 당간의 불신만 가중될 것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야 한다.

네 번째로 대통령이 힘이 없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산간벽지의 삼척동자라도 그말을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그것도 원로 종교인들을 모시고 국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말이다.

다섯 번째로 초강력 태풍 '매미'가 올 때 청와대에서 TV를 보는 것이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나 뭐가 다를 게 있느냐는 발언이다. 지도자가 이런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문제다. 국민은 고통과 아픔을 통곡가로 대신하고 있을 때 삼청각에서 사랑가를 부르고 있고, 어떤 장관은 태풍 매미가 올 때 골프를 쳤다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또한 모 장관은 예비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태풍 올 때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하면 안되는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문제가 되니까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사과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아픔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절대적인 말이다. 어디 거기에다 고정관념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인가.

여섯 번째로 통합신당은 기득권 포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그동안 기득권 포기를 주장한 민주당 전국구 7명 의원은 왜 본인의 기득권은 버리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어떤 개혁도 자기 희생이 따르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쉽게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떠 오른다.

정말 정치는 변화해야 한다. 어느 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 틀까지 버리는 것이 탈권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국민 전체가 예측하기 힘들다. 지금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정국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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