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멸강나방 유충 기승…방제 시급

▲ 멸강나방 유충이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 192번지 일대에서 발견된 가운데 멸강나방 유충이 벼를 갉아먹고 있다.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처음보는 새까만 벌레가 길이 까맣게 보일 정도로 무더기로 내려와 밤잠도 이루지 못했어요”

멸강나방 유충이 청주에 창궐 농작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시급한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 192번지에 거주하는 이한광(72) 씨는 지난 26일 집 뒷산에서 내려오는 검은벌레떼의 습격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검은 몸통에 갈색 입을 가진 이 벌레는 수 만 마리씩 떼지어 기어다니며 닥치는데로 풀을 갉아먹었다.

이 씨는 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주말 내내 이어진 동주민센터의 긴급방제로 거주지 인근의 벌레떼는 퇴치했지만 29일 이 벌레떼는 이 씨가 경작하고 있는 논의 벼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29일 김길하 교수(충북대 식물의학과)와 이 씨 집 주변을 확인한 결과 문제의 벌레는 멸강나방 유충으로 밝혀졌다. 멸강나방 유충은 길이 2~3㎝로 검은색을 띠고 무리지어 생활하며 주로 벼와 옥수수 등을 먹는다.

식욕이 왕성해 농작물에 발생하면 큰 피해를 준다. 또한 주택가에 발생하면 주민들에게 심한 혐오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지난 1994년 대전 한복판인 둔산지역에서 크게 발생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멸강나방은 중국에서 저기압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와 대량 번식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 씨 집 주변의 멸강나방 유충은 국지적이긴 하지만 대발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편”이라며 “1년에 2~3세대 주기를 가지는 만큼 시급한 방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2개월 뒤 성충이 된 나방들이 다시 번식을 하게돼 피해범위가 널리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유충들이 최초 발생지 주변의 풀을 모두 먹어치워 서식환경이 나빠지자 이 씨의 집과 논 방향으로 대이동을 시작한 것 같다”며 “유충들이 최초로 발생한 지역까지 충분히 방제해야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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