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환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발표는 제쳐 두고라도 시장에 가 보면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가를 바로 알 수 있다. 식당마다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 보기가 어렵고 상인들도 장사가 안돼 못살겠다고 야단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2의 IMF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7년 전 우리는 전혀 생소한 용어 하나를 접하면서 정리해고, 임금삭감, 가정파탄 등 말 그대로 대환란을 겪었다. 용케도 국난은 슬기롭게 극복했지만 오늘날 다시 똑같은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우리가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IMF 외환위기 당시 연봉이 2000만원 안팎이었다. 그래도 그 월급으로 적금을 붓고 보험도 들며 네가족이 알뜰하게 생활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가정경제가 크게 흔들렸고 봉급생활자의 참담함을 경험해야 했다. 적금을 중도에 해약하고 아이들 교육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처럼 뼈를 깎는 근검절약에도 불구하고 대월통장의 부채는 계속 늘어 3년 만기 적금을 찾아 고스란히 빚을 갚을 때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외환위기의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다. 그것은 '비오는 날을 위해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외환위기가 끝날 무렵 우선 대월통장과 현금카드를 과감히 없앴다. 대신 적금과 보험금액을 대폭 늘렸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아내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이제는 경제적으로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다시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닥쳐도 극복할 자신이 생겼다. 요즘 국민들은 어렵다고 아우성이면서도 씀씀이를 보면 여전히 과소비 현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해외여행도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늑대 소년의 일화처럼 우리는 이 위기 상황에 무감각하기만 하다. 늦었다고 하더라도 진짜 늑대가 나타나 삶을 궁핍으로 몰아 넣기 전에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 매고 근검절약을 실천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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