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동 동구문학회장

"시인 만세"

어느 해 연말 행사장에서 축사를 마친 시인 회장이 소리치는 목소리다. 왜 그가 그렇게 소리 높여 외쳤을까. 수 년이 지난 지금도 문학을 하는 나의 귓가에 메아리로 남아 있는 그 소리, 정녕 '시인 만세'일까.

현대 과학의 발달로 우주를 정복하고 우주선이 달 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우며 날아다니는 세상, 아직도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계수나무는 살아 있을까.

삶의 의미가 디지털 문명에 매달려 끌려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기계에 의존하는 시대지만 우리의 눈 앞에 펼쳐져 보여지고 숨쉬는 것 모두가 아름다운 것들이며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데 문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순수가 살아 있어야 되고 정감이 있어야 좋은 것.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컴퓨터의 놀이 공간에서 키를 두드리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마음속에 정을 담고 사는 것이다.

더더욱 문학을 사랑하는 문인의 가슴속에는 정이 넘쳐흐르고 손끝에는 향기가 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딱딱한 컴퓨터의 글씨보다 스스로 쓰는 육필이 더욱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은 이런 말을 한다. 컴퓨터 속에서 꺼내보는 글씨는 생명이 없는 물체일 뿐 살아 숨쉬는 느낌이 없다고, 어쩌면 글 속에서 느껴지던 정감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란다.

정녕 그 말이 맞는 말일까. 비록 꾸부정하고 서투른 글씨지만 감정과 정성을 담아 손끝으로 쓰여지는 한편의 글이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다. 시끄러운 삶 위에 문화의 꽃이 피어야 경제의 열매가 맺는다는 말은 언뜻 보기에는 잘못된 말처럼 생각하기가 쉽다. 아니 그 반대로 경제의 꽃이 피어야 문화의 열매가 맺는다고 하는 말이 옳은 듯하기 때문이다.

문화가 높으면 경제가 바로서고 경제가 바로서면 문화도 높아진다.

따라서 문화와 경제는 수레의 두 바퀴와 비유될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곁에는 문학이 항상 함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삶이 넉넉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문학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세월이 가도 순수함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한줄 한줄씩 써 내려가는 정성이 담긴 글에 더 감동을 받게 되는 것도 그 속에 담긴 순수한 인간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은 결코 누구를 위하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을 열어 그 자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문학의 모습은 양적으로 팽창한 문학이 아니라 질적으로 성숙된 문학이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문학인들이 순수하지 못하고 시끄러운 시장 속의 장사치들처럼 잇속을 따지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할 때가 있어 안타깝다.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남이 하면 재를 뿌리는 풍토가 남아 있는 한 문학 그 자체가 어지럽게 흔들려 문학인의 순수함을 독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누를 범할 것이다.

그러기에 문학인들은 무분별한 행동을 자제하고 독자가 아직까지 문학인들의 순수함을 믿고 있을 때 자세를 바로하고 좋은 글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집필에 수고해 주신 수필가 강나루씨의 개인사정으로 필진이 교체됐습니다. 새 필자인 김명동 동구문학회장은 1990년 박화목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 개인시집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외 3편, 현 한빛문학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