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실제로 몇해 전 김포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항 입구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서 있었고 기사들은 택시에서 내려 끼리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흑인 하나가 택시에 탔다. 그러자 뒤에 있던 기사가 '손님이 탔네'하고 말했다. 이 말을 받은 기사가 '연탄 하나 탔구먼'하고 대답했다.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흑인이 서울 목적지에 도착하자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는 것이었다. 기사가 쫒아가 요금을 주고 가라고 하자 흑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연탄이 무슨 돈 있어?"

그 흑인은 한국말을 잘 알아듣고 한국말도 잘 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의 경우 백인만을 선호하고 흑인을 비롯, 동남아인들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많다.

관광을 가서도 그렇다.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할 때는 다소곳하다가도 동남아 또는 조선족이 많이 사는 중국 연변 쪽으로 가면 공연히 으스댄다. '어글리 코리안' 소리를 그래서 듣게 된다. 농촌에 가다보면 전신주나 담벼락에 '카드할부도 가능합니다' 하는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베트남 처녀, 필리핀 처녀에서부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우리 농촌총각과 짝을 맺어 주는 데 그 비용을 현금이 없으면 카드도 받아 준다는 내용이다. 카드의 일시불이 부담스러우면 할부도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농촌 결혼 실태가 어떠한 지를 너무도 실감 있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12만 7000명이 넘는 외국 며느리가 있다. 앞에 말한 베트남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국 국적의 우리 조선족도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외국 신부가 2만 7000명을 넘었고 우리는 그들을 '다문화가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 다문화 가정은 10년 후에는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산군의 어떤 초등학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원주민 어린이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가 고민하는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문제를 푸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면서 심각한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첫째는 이들 2세들이 왕따를 당하여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둘째는 이들 외국에서 시집온 여성들이 언어소통과 음식을 비롯, 생활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셋째는 이들 여성들의 인권문제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매맞는 아내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온 몸에 시퍼렇게 멍든 곳을 보여 주며 '때리지 마세요'하고 흐느끼는 외국여성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특히 남편뿐 아니라 시어머니나 가족들로부터도 심한 구박 데기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국적취득도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국회는 다문화가족 기본법을 서둘러야 하며 사회적 기구도 만들어 '다문화가족'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룡건설 이인구(李麟求) 명예회장이 언론을 통해 '다문화가족 보호육성 연구기구'를 제안한 것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며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들을 진정한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의 딸들이 가난 때문에 외국으로 시집을 보냈는데 구박 데기가 되어 불행한 삶을 살고 그 2세까지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바꾸어 생각해 보라. 그냥 팔짱끼고 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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