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깨우는 '영원한 문학청년'

▲ 박범신씨

올해 만해문학상 수상작인 '더러운 책상'의 작가 박범신은 1946년생으로 논산시 연무읍 봉동리 242번지가 고향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교수실에서 만난 박 작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청바지에 진노란 라운드 티셔츠, 흰 점퍼를 입고 있어 50대 후반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아예 나이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1973년 강경여중 교사 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해 '풀입처럼 눕다', '죽음보다 깊은 잠', '불의 나라', '물의 나라' 등 70년대 이후 40여편의 소설집과 작품집을 낸 박 작가는 그동안 판매된 책 부수를 묻자 "'풀잎처럼 눕다'는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죽음보다 깊은 잠'은 당시 베스트셀러로 상당히 팔렸다"는 말로 대신했다.(박 작가의 책은 지금까지 3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박 작가는 이름이 알려진 책들을 열거하자 "사실은 고향을 배경으로 한 책들도 많다"며 "최근 '들길'이라는 연작 소설을 쓰고 있는데 연무대가 배경이며, 논산평야와 금강변을 공간으로 농촌의 해체과정을 그리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사실 박 작가의 소설에는 충청도가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가 소개한 책 중 '논산댁', '시진읍'(과거 강경의 이름), '읍내 떡빙이' 등은 논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읍내 떡빙이' 같은 경우는 박 작가의 어린 시절 강경에서 유명했던(?) 여자 거지를 소재로 삼고 있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으로 충청도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박 작가는 "고향에 대한 생각이 많으니 그런 것 같다"고 짧게 말했지만 얼굴 표정은 많은 생각을 담은 듯 보였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서울행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서울 생활을 시작했으니 박 작가의 서울생활은 그의 작가생활과 동일한 31년째다.

"서울은 너무 막강한 문화권력을 갖고 있어요. 나 같은 사람도 문학하기 위해 서울에 왔지요. 지역간 불균형이 심하고 앞으로 서울이 갖는 정치, 문화, 경제적인 면을 지방과 나눠야 한다고 봐요."

박 작가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으로 넘어갔다. 그는 '땅값이 많이 올랐다면서요'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뒤 "충남은 한반도의 중심입니다. 행정수도가 충청권에 온다면 문화 중심지 역할도 해야 되지요. 충남은 전통적으로 민중들의 삶의 냄새가 배어 있는 곳이고, 행정수도가 이전된다면 문화예술에 대한 비전도 함께 가져 가야 합니다."

박 작가가 원하는 행정수도의 모습은 건물만 덩그러니 짓고 사무만 보는 도시가 아니라 '서울 문화권력 집중'을 분산하는 도시 모습인 듯 싶었다.

"전남 같은 곳에 가면 문화예술회관도 많고 수준이 높아요. 고향인 강경에서 젓갈축제가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볼거리가 없습니다. 행정수도도 이전된다는데 문화적 정통성을 길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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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정기적으로 국민학교 동창회나 학교 동창회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지만 논산 출신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옛적' 이야기도 나눈다고 소개했다.

박 작가의 별호는 와초(臥草)로 '드러누운 풀'이라 한다. 그는 별호를 자신의 홈페이지(www.wacho.net)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그에 대한 자세한 연보가 있었는데 그는 '빠진 내용이 있다'며 자신이 2000년에 '자랑스런 충남인 100인'에 선정됐다는 말을 보탰다.

"당시에 문화인으로 이어령, 이문구 선생하고 함께 수상했습니다. 자랑스럽더라고요." 박 작가는 마음속에 항상 고향을 품고 살아간다고 한다. 마치 그의 작품이 하나의 고향인 것처럼.

<약 력> ▲1946년 충남 논산군 연무읍(당시 전북 익산군) 봉동리 242번지 출생 ▲황북국민학교, 강경중학교, 이리 남성고등학교, 전북교대, 원광대 졸업 ▲강경여중 교사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돼 문단 데뷔 ▲1979년 '읍내 떡빙이' 단편 '덫', '흉기(凶器)1', '단검(短劍)-흉기2', '밤열차' 등 발표. 중앙일보에 장편 '풀잎처럼 눕다' 연재 시작.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문학예술사. 1985년 수레출판사와 1995년 푸른숲에서 재출간)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운영위원, KBS 방송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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