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덕밸리]1.현황

글 싣는 순서

1. 현황
2.?르포
3. 원인 및 문제점
4. 대안 및 발전방향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한 대전지역의 벤처기업들이 '돈(錢)'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이미 문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수년간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 놓은 기술은 사장되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하지만 세계는 첨단 산업화 전쟁에 돌입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벤처기업의 가치가 빛나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지역 벤처기업의 현주소를 점검,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들어 본다. <편집자 註>


대덕밸리 선포식이 있었던 지난 2000년 9월은 대전지역 벤처기업들에 있어선 '황금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 더불어 지역경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생명력이 넘쳤다.

당시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성장 추이를 보면 벤처기업 수는 500개로 전년도인 1999년 300개에 비해 67%나 증가했으며, 총 매출액은 전년 1800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382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1년 벤처기업 수는 700여개, 총 매출액은 7315억원에 달하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2002년 예상 벤처기업 수는 1000여개로 총 매출액이 1조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2001년 말부터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연루돼 줄대기식 경영과 주가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거품벤처'들이 각종 '게이트'에 휘말려 하나 둘씩 퇴출되기 시작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으며 급기야 정부는 자금지원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 여파는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한 대전지역 벤처기업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 동안 정부 자금을 지원받고 자신의 전 재산과 친척의 돈까지 긁어 모아 결실을 눈앞에 두었던 벤처기업들은 정작 마케팅단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

대덕연구단지라는 첨단과학기술 인프라 하나만을 믿고 수도권이 아닌 대덕밸리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하고서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거나 판로 확장을 위한 사업비 부족 등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결국 이들 업체가 선택하거나 강구한 것은 대기업 및 판로를 구축해 놓은 업체와의 M&A(기업 인수·합병) 또는 마케팅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으로의 이전이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벤처업체들의 탈(脫)대덕밸리 현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디지탈리아와 텔리언 등 10여개의 IT 벤처기업들이 마케팅 강화를 위해 본사를 수도권으로 옮겼으며 올해 초 유·무선 통신서비스 전문업체인 베리텍, 리얼바이오텍 등을 필두로 업체들의 이전이 줄을 잇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 성장은 둔화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한 대전지역 벤처 수출실적이 1년7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이러한 추세는 7월과 8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벤처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등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수출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던 데 큰 이유가 있으며, 지역 내 벤처업체들이 하나 둘씩 수도권지역으로 이주해 가면서 수출 공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대덕밸리에 남아 있는 벤처업체는 300여개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 언제 문을 닫을지,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정현·이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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