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천안 발전연구소장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교육을 매우 중시해 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된 것도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노동력 때문이라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최근 교육현장에서 우리 자녀들을 지도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사기가 심상치 않다. 그야말로 위험 수준이다. 아울러 "교실이 무너졌다", "학생과 학부형이 선생을 폭행했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 이민 간다" 등 밑도 끝도 없고, 선생님들이 들으면 크게 섭섭해 할 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매스컴을 필두로 회자된다.

왜 이러한 일들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일깨워 주신 존경스러운 선조들이 사셨던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최근 10년이 과거 1000년보다 더 많이 변했다고도 한다. 이 변화가 보다 인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변화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결코 변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선생님을 부모처럼 대해 온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하기야 부모님께도 패악하는 자식이 많은 세상에, 선생님께만 잘할 수야 있을까마는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던 조선시대에도 패륜아는 있었다.

한두 명의 예외자가 문제가 아니라 주류 사회의 보편적 인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존경심과 따뜻함이 부족한 것 같다. 교단에 조그마한 얘깃거리라도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 대서특필하고 화제 삼는 모습이 마치 사회의 온갖 혜택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자'를 대하는 듯 시퍼렇게 날이 서 있음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선생님들은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아니다. 오히려 하루 24시간 중 부모들이 다할 수 없는 인성교육 등을 대신하는 숭고한 직분을 맡고 있는 분들이다. 혹자는 전교조다 뭐다 하며 스스로를 근로자로 칭하는 일부 선생님들의 태도가 더욱 불을 지폈다고 주장하는 비판론자들이 있지만, 이 분들의 제자사랑 또한 견해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선생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며칠 전 어느 신문 독자 투고란에 아직도 학교 임원으로 선출되면 학교에 사례하는 풍조를 개탄한다는 글이 실렸다. 이것이 모든 학교에 있는 일도 아니고, 또 있다 하더라도 이를 미풍으로 보아 자연스럽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인데, 마치 교단 부패의 한 상징이라도 되는 양 썼는데 필자는 이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꼬인 언행으로 해마다 치러지는 스승의 날을 살풍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뒷맛이 씁쓸하다.

학교는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전통은 되살아나야 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에서 16년 만에 만난 스승이 루게릭병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포츠신문 기자인 제자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사제간의 뜨거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 지방자치단체, 정부, 언론기관 등의 각종 사회단체가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 '249클럽'으로 일컫는 자생단체(www.249.co.kr)가 이러한 취지의 운동을 이미 시작했다. 가르치는 일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철학자 칸트도 교육은 인간에게 부여된 가장 크고 어려운 문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맹자는 공자를, 헬렌켈러는 설리반을, 허준은 유의태를 만났기에 그들이 인생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혹시 나에게 이러한 선생님은 안 계실까. 혹시 이러한 제자는 없을까. 우리 모두 이 세상 모든 선생님을 존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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