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윤도 건양대 교수

우리 나라에도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사망률의 지속적 감소로 머지 않은 장래에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수십년간 경제개발 우선정책으로 복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미루어 왔던 우리에게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큰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 같은 우리 나라의 심각한 인구문제를 최근 '4-2-1법칙'이라는 숫자로 설명한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즉, 우리의 한 가정이 1명의 아이와 2명의 부모, 그리고 4명의 친갇외가 조부모로 구성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본다면 젊은이 한사람이 모시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설사 부모·조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어 따로 산다는 현대적인 개념으로 본다 해도 역시 심리적 측면에서라도 한사람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소홀히 돼 왔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노인복지정책에 정부가 특단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도덕적 측면이나,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일 등으로 해석해 부모를 모실 경우 약간의 세제 혜택이나 아파트 분양의 우선권을 주는 등 매우 미온적인 대처를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방향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물론 유료 양로원이나 노인병원 등 노인을 위한다는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우리네 정서상 몸이 불편한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긴다는 것에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 역시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노인복지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정책으로, 노인에게 필요한 장비나 주거모형 개발에 적극 지원하라는 것이다. 노인 장비는 크게 ▲이동장비 ▲침대장비 ▲배설장비 ▲기타장비로 나눌 수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라도 약간의 장비만 집에 갖춰져 있다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별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의 정도에 따라 생활하기에 알맞은 노인방 구조나 아파트를 모델화하고, 세제 및 금융지원을 해 준다면 우선 노인을 모시는 경우 방 하나를 노인방으로 꾸며 집에서도 편하게 지내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전용 아파트도 약간의 리모델링으로 가능할 것이다.

둘째는 건강한 노인을 위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이 다 아픈 것은 아니다. 사회의 발전에 따라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그외의 노인들을 위한 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노인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바람직한 노인문화의 창출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한다. 노인을 위한 차량, 컴퓨터, 소음없는 전자기기 개발 등이 필요하다.
물론 대부분이 민간 차원에서 개발해야 할 일들이지만 그 여건 조성에는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노인능력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혹시라도 노인을 소모적인 존재로만 보는 시각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많은데 그 능력이 그대로 사장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선진국의 예처럼 노인의 능력이 제대로 활용될 경우 우리 사회는 훨씬 효율적이고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노인으로서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실버토피아'의 세상을 만드는 일은 당장 착수해야 되는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참여복지의 방향을 노인복지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