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박물관이나 유적을 돌아보면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장수풍뎅이, 북극성, 코브라, 독수리, 연꽃이며 이 모든 것은 나일강과 통한다는 사실이다. 나일강은 이집트인들에게는 어머니와 이어지는 탯줄같은 존재다. 그래서 모든 스핑크스의 눈은 어느 위치에 서 있든 나일강을 향해 있다. 이런 것은 모두 '부활'과 관계가 돼 있다. 죽어서도 다시 살아나야 하고, 통치자가 돼야 한다는 것. 부활에 대한 간절한 집념. 코브라 역시 그런 뜻이다. 그래서 투탕카멘이 머리에 쓴 금관 앞에도 코브라가 입체적으로 장식돼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클레오파트라가 자살을 할 때 스스로 코브라에 물린 것 역시 코브라를 통해 부활한다는 이집트인들의 신앙을 믿었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살리기 위해 시저와 정략적으로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았고 시저가 암살당하자 아름다운 미모를 무기로 로마의 새 실력자로 등장한 안토니우스에게 접근하여 또 아기를 낳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안토니우스에게 반기를 든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퇴함으로써 그녀의 간절한 꿈은 깨어져 버렸고 결국 유폐된 침실에서 코브라에 물려 자살을 하는 비극의 여인이 되고 만다. 그 때 묻혀 있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무덤에 대한 발굴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 말고도 이집트의 비극적인 파라오에는 투탕카멘이 있다. 룩소르(Luxor) '왕가의 계곡'에서 그의 무덤이 발굴됨으로써 투탕카멘은 이집트를 알리는 대표적인 상징이 됐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들을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이 약탈해 갔으나 투탕카멘은 최근 발굴되어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그 내용이 또한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투탕카멘은 BC 1361년에 9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그 죽음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전해져 오고 있다. 특히 발굴 당시에 무덤 속에서 왕비가 바친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이 그대로 보존된 채 발견돼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죽어 미라로 변한 어린 남편 앞에 꽃을 바치는 왕비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 비극성으로 하여 세계 도처에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는가.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은 1년에 7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훼손된 문화재를 보수하거나 유적지를 가꾸는 일에는 자기들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다. 거의 모든 문화재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만큼 유네스코에서 보수·정비의 비용을 대라는 배짱이다. 이미 그들은 세계 각국에서 반대하는 데도 아스완댐 건설을 강행했는데 결국 유네스코에서 수몰지역의 신전과 유물을 보존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떠맡았었다.

지금도 룩소르 '왕가의 계곡'에는 여기 저기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석상의 팔이 잘려 나가도 내벼려 둔 채 유네스코와 선진국의 지원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론 신전 역시 대규모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엄청난 비용은 유네스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았다. 아테네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문화유산이 이집트 또는 그리스의 것만이 아니라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가 공주, 부여를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지금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옷을 입힐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문화가 석유보다 중요한 자원이고 국가의 경쟁력이 중요한 것인지도…, 이제 부터라도 더 뜨거운 열정과 애정으로 우리 문화를 가꾸어가야 하겠다.

룩소르=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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