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 언론인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열렸던 베이징 6자회담과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희망과 낙망,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남기고 막이 내렸다.

남·북·미·일·중·러 대표가 김정일 정권의 핵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6자회담은 평양과 워싱턴 양자간의 의견이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아 실질적인 진전은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애당초 한두 번 만나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북핵 사태를 악화시키는 더 이상의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2차회담의 구체적 일정은 잡지는 못했지만 2개월 내 다시 열기로 한 것도 성과다. 북·미 양자가 이번에 드러난 확연한 상호의 입장에서 공통점은 수렴하고 차이점은 간격을 좁히려는 내부 조율 과정을 거쳐 다음 회담에 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견례는 회담 시작 직후 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성과를 다짐하는 한 장의 사진에서도 상징성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을 중심으로 왼편에 미국과 일본 대표가 서 있고, 다른 편에 좌장 역할을 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 한국 대표가 자리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군사적 방식을 배제하지 않는 강경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평양과 오랜 혈맹관계를 맺어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노무현 정부도 군사적 해법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2차회담을 거치며 이러한 입장 차이는 보다 분명히 드러나 보일 것이다.

재선을 1년여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의 마무리가 말끔하지 않고 지지도가 하향세를 보이자 대북정책에 대화 분위기를 가미했다. 그러나 강경과 유화 사이를 불규칙하게 왕복하는 부시가 선제공격 방안을 다시 꺼내 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시기는 북이 새로운 핵위협을 할 때, 또는 부시의 지지도가 전쟁과 같은 극단적 조처 없이는 만회할 수 없을 때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남과 북이 좀 더 가까워지는 획기적 계기였다.

참가를 앞두고 보수파의 인공기 소각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거쳤으나 북의 참가는 남북 화해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호기였다.

그러나 처음부터의 반목과 굴절은 시간이 갈수록 첨예해져 남녘의 반김정일 시위대와 북녘 기자단의 물리적 충돌을 빚더니 보수와 진보 사이의 남남 갈등만 증폭하고 말았다.

어느 한쪽의 책임 여부를 떠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 측면에서, 우리의 성장 모습과 발전 가능성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고양할 수 있는 기회를 남북 갈등, 남남 갈등 때문에 놓쳐버린 것도 크나큰 손실이다.

우리는 6·25 잿더미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와 군부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단한 나라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앞에서 자존과 생존을 위협받고 국제대회를 개최해 놓고도 이념 갈등만 스스로 드러내 보인다면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 줄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비단 정치인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부단한 자기 성찰과 자각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따뜻한손 대표·코리아타임스 칼럼니스트 humando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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