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은 날 오라하고 산해진미 날 유혹하네

▲ ⒞ copyright 2002 대전매일

동학사 입구로 내려오면서 전주식당을 필두로 계룡산식당, 경기식당 등 30여집이 옹기종기 모여, 선뜻 어느 한 집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이곳, '동학사 입구 먹거리 길.'

결국 '부침개'를 지지는 고소한 냄새와 코를 벌름거리게 하는 동동주의 시큼한 향기에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게 되고 마침내 발길 닿는 대로 아무 집이나 들어간다.

시원한 나무 의자에 앉아 냉수 한잔 마시며 숨을 고르고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음식 값이 싸다. 물가 변동과는 상관 없이 10여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온 이 가격은 계룡산을 찾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그리고 파전 한 장과 도토리묵 한 접시를 시켜 동동주 한 잔을 걸치면 피곤함과 허기는 어느덧 간데없고 포만감이 가득해진다.

귀로에 들어서 뒤를 돌아 보면 그 많은 음식점들이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동학사 입구 먹거리 길'은 전국의 국립공원 앞에 늘어서 있는 먹거리 길과 그 차원이 다르다.

여타의 지역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주고객들이 이른바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단골 손님 위주이기 때문에 주인의 마음 자체가 틀리다. 왜냐하면 이곳은 비록 공주시에 편입돼 있지만 지역 번호가 042로 시작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전권에 근접해 있어 대부분의 손님이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이 아니라 마을 뒷산을 찾는 지역민이다.

더욱이 계룡산은 지난 80년대 중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역사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 '먹거리 길 형성'의 역사도 그만큼 깊다.

역사가 깊은 만큼 맛, 가격,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5월의 벚꽃축제나 10월의 단풍기 등 성수기라 할지라도 어느 지역에서나 겪을 수 있는 '바가지'를 이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한다. 또 이곳에서는 손님에게 부담을 주는 '호객행위'가 근절된 것도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찾은 수많은 시인묵객들은 동학사와 함께 이 먹거리 길을 이야기한다.
특히 지난 60년대 말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해 오고 있는 계명식당, 태화식당, 동학식당, 서울식당 등 5∼6개의 음식점들은 웬만한 '기행문'에는 한번씩 언급될 만큼 각각의 음식사가 유구하다.

이 중에서도 계명식당은 더덕구이와 더덕을 6개월 동안 숙성시킨 더덕강정주로 전국의 미식가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서울식당은 표고버섯전 등으로 식도락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현재는 이들 대부분이 주차장 입구 근처에 몰려 있어 간혹 주인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그 옛날을 떠올리곤 한다.
박노만 계명식당 사장은 "이곳은 여타의 국립공원과는 달리 대전·충남의 지역민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맛이나 가격, 서비스 등에서 소홀할 수 없다"며 "다만 해마다 관람객들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협소해 이를 당국에서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더덕과 도토리, 파
毒없고 몸을 補해주는 역할

계룡산, 속리산 등 유명한 산(山) 초입에 형성돼 있는 먹거리 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메뉴는 특별한 것 없이 비슷비슷하다. 주로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만약 이런 곳에서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나온다면 그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어찌됐든 '동학사 입구 먹거리 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더덕구이와, 도토리묵, 파전 등 '신토불이'의 요리들과 이 우리 몸의 상관 관계를 '동의보감'에서 알아본다.

더덕은 사삼(沙蔘)으로 불리며 성질이 약간 차고 독이 없으며, 속을 보해 주고 폐의 기(氣)를 보충해 준다. 또 음낭이 처지 것을 치료해 주고, 고름을 빨아내 종독(腫毒)을 삭히며 오장에 있는 풍기(風氣)를 없애 준다.

도토리는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한다. 또 장위를 튼튼하게 하며 몸에 살이 오르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

파는 주로 뿌리(총백, 蔥白)를 사용하며 열과 중풍(中風), 종기와 목구멍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하며 오장을 잘 통하게 한다. 또 백약의 독을 죽이며 대소변을 이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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