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입맛 의기투합'

▲ 충남대 앞 궁동의 음식점들은 다양한 메뉴와 맛으로 신세대는 물론 구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사진은 놀이터 양푼이를 찾은 학생들이 둘러앉아 양푼이 비빔밥을 먹는 장면. <김대환 기자>

386세대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꿈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곳, 대학가.

기성세대들로부터 우려 섞인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치열한 고민을 털고 일어서는 곳이 바로 또 하나의 학교인 대학가 주변이다.

이번주 2학기를 시작한 충남대 앞 궁동. 방학 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거나 아예 문을 닫았던 곳에 다시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명 '압구궁동'이라 불리는 이곳은 때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삼삼오오 몰려 나오는 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대부분의 식당이 금세 학생들로 만원이다. 어느새 오존(O2) 학번에 밀려 화장과 분장의 세월을 지나 변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산소(O2) 학번들이 '선배턱'을 내고 있는가 하면 식당 한쪽에는 허름한 차림의 예비역 복학생들이 부대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인다.

이곳은 대부분의 집들이 젊은이들의 유행에 따라 메뉴와 간판을 수시로 바꾸는 곳이지만 초창기부터 고유의 맛과 멋을 자랑하며 10여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집도 꽤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집은 캠퍼스 식당(042-824-0538). 지난 87년 문을 연 이 집은 몇 년 전 주인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80년대 학번들이 찾아올 만큼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부대찌개(6000∼1만원)와 각종 덮밥류(3000원).

설렁탕과 육개장도 학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음식.

풍부한 양으로 시작,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 동안 학생들의 입맛과 배를 채워 온 해피하우스(042-822-6151). 이 집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과 정성 또한 학생들이 대를 이어 찾는 이유. 양이 적은 사람은 미리 말하지 않으면 반 이상 남길 수도 있다. 모든 덮밥류는 3000원이며 면류는 2500원이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밥집이 놀이터 양푼이(042-823-0170·구 왔다삽겹살)다. 양푼에 채소와 고추장을 듬뿍 넣어 친구들과 함께 비비고 있노라면 웃음부터 나온다. 셋이 가도 8000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이 집은 또 직접 만들어 내오는 왕돈까스와 세숫대야(?)에 담겨 나오는 냉면 맛이 일품.

이 지역의 중심은 로데오 네거리.저녁이면 방황하는 이들이 많아 방황사거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저녁이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감자탕집만 네집이 몰려 있다. 그 중 가장 역사가 깊은 집은 지난 95년 문을 연 궁동 감자탕(042-823-7871). 전날 저녁 소주 한잔 걸치며 먹었던 감자탕 국물맛을 잊지 못해 다음날 점심도 이곳에서 먹는 이들이 많다. 이 집은 아직도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그 맛과 향수를 찾아 오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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