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정치부 차장

대전시의원들은 의정비 등으로 연 5508만 원을 받고 있다. 요즘같은 경기 불황에 고액 연봉자인 셈이다. 시민들을 대신해 대전시가 제대로 행정을 하도록 감시·견제하고 민의를 전달해 달라고 주는 돈이다.

하지만 시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 대한석탄공사 사장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시의회에 대해서는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에서 '막장 의회'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시의회는 지난 1년여 동안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지난해 7월에는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돼 법원 판사가 출장을 나와 시의회 사무실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수치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의장직을 놓고 의원들이 패를 갈라 ‘감투싸움’을 벌이며 빚어진 일이었다. 결국 의장 선거 감표위원을 맡았던 김태훈 의원이 투표 과정에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정투표를 통해 선출된 김남욱 의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비주류 측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고 김 의장은 수 차례의 말 바꾸기로 의회를 혼란에 빠뜨린 후에야 지난달 사퇴를 표명했다. 의장이 사퇴 표명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마디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의원들의 낙담상혼의 행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사설학원의 심야학습시간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정'에서 '익일 1시'로 시교육청의 제시안보다 연장했다가 '공교육 외면'이란 지역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교사위는 사회적인 파장을 감안해 시의회 사상 유례없는 '번안'을 의결, 원안으로 되돌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즈음 되면 ‘의회 무용론’이 나올 만 하다.

의원들의 꼴불견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말 시의회 산업건설위원들이 연찬회를 떠나면서 외부 여성 2명과 전직 시의원이 동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을 몰고왔다. 산건위 위원들은 파문이 확산되자 모르쇠와 거짓말로 일관했지만 숨길 수 없는 진실 앞에서 결국 시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이 파문은 시의회 윤리위에 회부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요즘은 김 의장의 후임 의장 선출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이 이전투구에 빠져 좀처럼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장 후보인 심준홍 의원(대덕3)과 이상태 의원(유성2)은 극한 대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꼼수를 부리려는 기미도 보인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동은 시민들의 질타나 시민사회단체의 비난, 언론의 비판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 때문에 의회를 이 지경으로 추락시킨 시의원들은 더 이상 시민들의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V 막장 드라마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도 있다. 그러나 시의원들의 막장 행태는 짜증만 유발시킨다. 시민들이 낸 세금이 아깝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이렇게 하고도 내년 지방선거에 또 다시 ‘시민들의 대표가 되겠다’며 자신들을 뽑아달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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