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의 서동공원 궁남지(宮南池)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이자 인공연못으로 정원문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주고 있다. 신라의 안압지와 일본 정원문화의 원류(源流)라는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궁남지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보가 백제 정원박람회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서동공원 궁남지의 진가를 되살려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무왕 35년(서기 634년) 궁성 남쪽에 못을 파고 물을 20여리나 끌어들였으며, 못의 사방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신라의 안압지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서 정원을 조성했고 고대 일본의 아스카문화를 탄생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는 백제문화의 우수성의 한 단면을 그대로 말해준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무왕의 탄생 설화의 무대가 바로 궁남지다.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와의 극적인 러브스토리 그 자체만으로도 궁남지에 서린 스토리텔링의 무게와 가치를 실감케 한다. 1400여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는 그 어떤 이유로도 폄하될 수 없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궁남지 유적은 1964년 국가 사적 제135호로 지정될 당시 3만 평 규모였으나 이후 1만 3000 평 규모로 축소돼 원상회복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겠다.

돌이켜보면, 궁남지라는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갖고도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오는 7월 서동공원 궁남지 일원에서 개최되는 '백제정원축제'와 2012년 열리는 '백제정원박람회'는 궁남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이 두 행사를 알차게 꾸미려면 서동공원 궁남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은 필수다. 백제인들의 정원 축조기술과 주변 나라에 끼친 영향 등 학술연구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부여는 그 자체가 야외 박물관 성격을 띠고 있다. 이제 어떻게 가꾸느냐의 몫이 남았다. 서동공원 궁남지를 부여의 상징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문화공간으로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원문화를 다양한 산업부문과 융합·확산시킬 경우 저탄소 녹색 성장동력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고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상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녹색공간연출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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