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건 8할이 자신감"

'미스터 고속철',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진 정종환(55) 한국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은 청양군 화성면 화암리 208번지에서 1948년 태어났다.

그리 유복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청양중, 청양농고를 졸업했고 '뜻밖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생활을 하게 된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표현보다는 자수성가형이랄까요. 사실 대학을 진학하기에는 가정형편이 안됐는데 입시를 두 달 정도 남기고 부친께서 '첫 입학금은 대 줄 테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할 수 있으면 시험을 쳐 봐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 이사장은 두 달간 전력투구를 한 뒤 고려대학에 합격해 '약속한' 첫 입학금으로 등록한 뒤 두 번째 등록금부터는 삼성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학비 이외의 돈은 가정교사 등을 하며 본인이 벌었고 나중에 국비로 해외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정 이사장은 '고비 때마다' 넉넉한 자신감으로 공직생활을 해 왔고 '특별한' 도움 없이 행운이 따라 줬다며 비교적 순탄한 공직생활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승진이 빠르진 않았어요.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될 때 승진을 하곤 했지요. 1998년 철도청장에 임명될 때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지요.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저는 운이 상당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운명론을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정 이사장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의 행정마인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운 보다는 실력'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철도청이 운영하며 빅히트를 친 상품인 '정동진 해돋이', '강경젓갈', '정선 5일장' 열차들은 정 이사장이 철도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만든 작품.

"청장이 되면서 경영마인드를 갖고 일을 추진하려 했지요. 틈새시장을 노린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철도청 내에 최초로 상품개발팀을 만들어 우수인력 20명을 선발했지요."

상품개발팀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출근하지 않고 출장만 다니는' 부서였다. 정 이사장은 이들에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주말, 휴일 철도 상품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50여개의 상품이 개발됐다. 이 덕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철도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강경 젓갈 열차와 젓갈 축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내년 4월 개통예정인 고속철도 사업을 진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고속철도 사업과는 교통부 과장 시절부터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 83년 교통부 담당 과장으로 고속철도 타당성 용역을 마무리하는 일에 참여한 이후 20년 만에 한국 고속철도의 1단계를 마무리하는 일을 맡게 됐어요. 묘한 인연이지요."

정 이사장의 어릴 적 꿈은 정치인이었다고 한다. 정치인이 되면 나라를 위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출세'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어릴 적부터 정치인에 대한 선망이 있었고 30대까지도 그런 꿈이 있었어요. 아마도 리더십에 대한 동경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충청도에 리더십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정 이사장의 말은 자신이 걸어온 공직생활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무너지고 있는 충청권 리더십으로 인해 많은 출향 공직자들이 인사 등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 이사장은 "충청도에서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젊은이들이 적극성과 박력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며 "중용이 미덕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박력 있는 모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청양중, 청양농고 동창회가 청양, 대전, 서울을 번갈아가며 매년 열린다고 소개하며 동기 중에는 김광희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꼽았다.

정 이사장은 어릴 적 추억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오서산' 이야기를 꺼냈다.

"고향 마을 뒷산인 오서산은 청양, 보령 경계에 있는데 정상에 올라서면 안면도가 보일 정도로 높지요. 부친께서 항상 '너는 오서산 정기를 타고 났다'고 말씀하시며 모범을 강조해 오서산을 '큰 바위 얼굴'로 생각하며 생을 살아왔어요."

지난 19일 인터뷰를 한 정 이사장은 주말(23일)에 중국을 방문해 북경-상해 고속철도 건설에 한국고속철도공단이 PM(Project Management)사업자로 참여하는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많은 비용을 주고 배운 고속철도 노하우를 이제 해외에 판매해 수익을 올려야 하지 않나요."

그의 말 속에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힘찬 도약의 무게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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