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전 일본인 10명 재임기간·사진등 올려“역사로 봐야” - “깜짝 놀랄 일” 뜨거운 논란

▲ 대전고 홈페이지 캡처
대전 유수의 명문고인 대전고가 일제 강점기 당시 건립된 공립대전중학교의 일본인 교장들을 학교 홈페이지의 역대(歷代) 교장란에 버젓이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립대전중학교는 1917년 조선총독부가 대전에 체류 중인 일본인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일인 위주의 학교다.

그러나 대전고교와 대전중학교가 해방 후 한국의 중등교육 재정립 과정에서 공립대전중학교를 학교의 뿌리로 그대로 계승하면서 일제 치하 일본인 교장까지 ‘스승’으로 받드는 충격적인 현상이 벌이지고 있다.

교육계의 뿌리깊은 일제 잔재와 맞물려 이른 바 일제 강점기 당시 건립된 명문고들의 일본 역사성과 정통성 계승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전고 학생들과 학부모, 동문들에 따르면 대전고는 공립대전중학교의 일본인 교장 10명을 학교 홈페이지의 역대 교장란에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이들 교장은 1917년 4월 1일부터 관립대전중학교 초대 교장에 부임한 ‘세키모토 코타로(關本 幸太郞)’를 시작으로 45년 8월 15일 일본 패망과 해방 직전까지 재직한 10대 ‘츠츠이 마코토(筒井 誠)’ 교장까지 모두 10명이다.

더욱이 대전고는 이들 일본인 교장 10명에 이어 해방 이후 첫 부임한 한국인 김영기 교장부터 11대 교장으로 명명하고 공식화해 사실상 학교의 정통성을 일제 치하에 설립된 일인 학교로부터 계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부 동문들은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란 시각을 내놓고 있지만 재학생과 일반에까지 완전 공개된 학교 홈페이지에 일본인 교장 사진들을 올려 홍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일제가 한국 강점기 동안 민족교육 말살과 우민화, 황국신민화 정책들을 펼쳐왔고, 그 선봉에 일본인 교장들이 나서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전고의 일본인 교장 역사 편입’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대전고의 한 동문은 “고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역대 교장란에 일본인 교장들 사진을 수록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일본인들의 황국신민을 교육하기 위한 학교였던 일제시대의 공립대전중학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폐교됐으며, 대한민국 법령에 의해 세워진 대전고와는 어떤 연관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동문은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며 “일제 잔재라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데 급급하기 보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역사를 늘리기 위해 일제 역사까지 편입한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올바른 역사관을 가르칠 수 있겠냐”며 “서울대도 일부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해방 후를 개교 원년으로 못박아 일제 치하의 경성제대와 분명한 선을 그은 구성원들의 노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고 동문인 박대범 대전고 교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공립대전중학교에 다녔던 선배들도 동문 차원에선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학교의 역사는 역사이며 과거 일본인 위주의 학교라고 해서 무작정 치부해버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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