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마니아 나달려 씨는 최근 찜찜한 경험을 했다.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옆에 가던 트럭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도로 가장자리로 몰아 붙였다. '자전거가 왜 차도로 내려와 달리느냐, 인도로 올라가라'는 위협이었다. 아찔한 상황을 겪은 나달려 씨와 트럭 운전사는 곧바로 실랑이를 벌였고 험한 분위기까지 가며 언성을 높였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주 겪는 장면이었다.

자전거는 보도로 가라한다. 자전거도로라고 색 칠하고 선 그은 곳이다. 그런데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를 차로 규정한다. 보도에서 사람과 부딪힐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자전거는 차도로 내려가야 한다. 법으로 보면 옳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대놓고 무시한다. 위협도 마다않는다. 경적에, 삿대질도 서슴지 않는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보행겸용도로가 아닌 차도 위의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활성화의 우선 조건이기도 하다. 차도를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다.

대전시는 최근 대덕대로, 계룡로 등 6개 주요 간선도로에 대해 차로 폭을 축소하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차로 33.7㎞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자전거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전거도로가 차도로 내려왔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레저수단이 아닌 교통수단으로서의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된 전용차로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선만 그어 놓는다거나 색깔만 입혀놓는 식은 안 된다. 분리대 등 차단시설이 없다면 자동차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자전거도로는 차도보다 5~10cm정도 높이고, 보도는 자전거도로보다 그 만큼을 높이는 계단식 구조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회전 차량과의 차선문제 등은 반드시 해법을 세워 놓아야 한다. '안전시설'에 방심한 자전거와 우회전 하는 차량이 겹쳐 교통사고가 더 빈발할 수 있다. 청소문제도 숙제다. 분리대를 설치해 차로와 분리돼 있을 경우 도로 청소차가 청소를 하지 못해 돌이나 쇳조각 등 이물질이 많이 있게 되면 펑크와 휠 파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도로 다이어트는 자전거 활성화는 물론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것이 확실하다. 자전거 천국을 표방한 대전시로서는 그야말로 이름값을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국에서 부러워 할 진정한 자전거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한 가지만 더 당부하자. 대전시는 이 참에 보행자 안전문제로 민원이 쏟아졌던 대덕대교에 대해서도 적극 다이어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대덕대교는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공원 등 대전의 핵심 관광자원의 길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도와 분리대도 없고 보도 폭이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은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도 걸림돌이 분명하다. 시민들과 관광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안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차철호 편집부 차장 ich@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