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충남도 교육감으로 있던 Y 씨는 정통 교육학을 연구한 아주 청렴한 분이었다. 한 번은 전 대통령이 충남도를 순시하게 되었는데 아침에 먹은 약 기운에 취해서 대통령의 훈시 중에 깜빡 졸았다. 대통령 앞에서 졸다니…, 더욱 그때는 서슬 퍼런 권위주의 시대였고 교육감도 임명제였으니 일은 터지고 만 것이다.

대통령이 불쾌해 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누구나 Y교육감은 '잘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Y 씨는 청렴성과 교육 행정력을 감안, 살아났다.

지금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있는 한국교포 미셸 리가 미국 내에서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교육 개혁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미셸 리를 꼽았기 때문에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올해 39세의 미셸 리는 이미 지난해 말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표지인물로 클로즈업 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타임은 "그녀가 우리의 학교를 구할 수 있을까?"(How to Fix America's School?)라는 특집을 통해 그녀가 재임 17개월에 보여준 공교육 개혁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관내 학교의 15%에 해당되는 21개교를 폐쇄 하고 900여 명의 교육청 직원 중 부적합한 100여 명을 퇴출시켰다. 교사 역시 270명을 퇴출시키고 교장도 무능하다고 판단되는 36명을 잘라냈다.

반면 우수교사에 대해서는 연간 6만~7만 달러 선인 연봉을 100%까지 인상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성과급제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니 학생들의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물론 교원노조는 그녀의 밀어붙이기식 교육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이 좋아하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 있어 미셸 리 교육감의 공교육 개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래서 미셸 리는 미국 내 한국인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다.

우리 교육감들이 선거만 끝나면 검찰에 불려다니고 더러는 교도소로 가는 등 교육문제가 아니라 비리문제로 파김치가 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적 선거 고질병이 교육계에 만연된 때문이다. 요즘 각급 학교에서는 어린이 회장 또는 반장선거가 한창이다. 그런데 초등학교의 경우 반장선거에서도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후보 어린이를 정견발표를 위해 웅변학원에 보내는가 하면 과외까지 받는다. 심지어는 후보 어린이가 동급생(유권자)들을 피자집으로 또는 자장면 집으로 불러 낸다는 것이다. 그 돈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누가 뒤에서 각본을 연출하는 것일까? 돈 문제뿐 아니라 인신공격과 모함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누구의 아버지는 사기꾼이다'하는 식의 루머도 나돈다.

누가 우리 어린이들의 싱싱해야 할 영혼을 병들게 하는가?

그동안 우리 교육감 선거에서 보여준 교육자들이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선생님들이 돈 거래로 표를 몰아가고 상대방 모함으로 분위기를 흐려놓는 것을 어린이들이 배운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교육수장인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는 모습도 되풀이하여 보았던 것이다.

옛날 입이 삐뚤어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바람 풍(風)'을 '바담 풍(風)'으로 발음을 하자 학생들도 '바담 풍(風)'하고 읽었다. 선생님은 내가 '바담'이라 해도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4월 29일 충남도교육감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도무지 관심도 없고 선거 자체를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말만 많다.

우리에게는 미국 교육계를 휩쓸고 있는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 같은 인물은 없을까? 눈을 똑바로 뜨고 찾아보자. 그리고 투표장에 나가자. 그래야 교육이 산다.

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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