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부모가 보호자’ … 기초수급자 선정 제외
대부분 생활고 심각 … 조례제정 통한 지원 절실

‘여고 1학년생 A(17·중구 거주) 양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혼한 부모가 연락을 끊은 지난 2007년 11월부터 외할머니(73세)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연락이 두절된 부모 덕분에(?)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하는 A 양은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정부보조금 30여만 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조손(祖孫) 가정들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사실상 경제적 도움이 전혀 안되는 보호자로 인해 정부 지원을 못 받고 복지사각지대로 남으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일 대전시, 5개구 등에 따르면 경제 위기로 이혼 등이 증가하면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이 늘고 있지만 호적상 부모가 있어 경우에 따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니라 위탁가정으로도 선정되지 못하면서 심각한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조부모의 절반가량이 70대가 넘는 고령으로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어 조손가정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들이 행방불명, 연락두절 등으로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는 자녀를 주민등록말소 등 행정절차를 거친 후 기초생활수급자와 위탁가정 등을 신청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조부모들이 이 같은 행정절차를 거쳐 기초생활수급자와 위탁가정을 신청할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일정금액의 생계비 외에 가정위탁양육수당으로 1인당 월 7만 원씩을 별도로 지원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전시 관내 저소득 한부모 가족 중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조손가정 수는 45세대, 127명으로, 조손가정 등을 포함한 대리위탁가정 수는 123세대, 18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와 관련 아동복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조손가정 수는 지원받는 가정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대전의 한 구는 조손가정 기초생활수급자 중 가정위탁양육수당을 예산 부족 등으로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손가정을 돕기 위한 지원조례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1월 광주 남구가 ‘조손가정 지원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한 이래 광주 북구, 파주, 삼척, 전남 순천·광양·무안·함평·장성·신안, 제주 등 11개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했다.

아동복지 관련 한 전문가는 “담당공무원이 무능력한 부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정을 돕기 위해 현장조사 후 지원을 결정해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법적미비로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족을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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