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기억하는 올드 야구팬이라면 빙그레이글스(현 한화이글스)의 이강돈을 기억하고 있다. 이정훈, 강정길, 장종훈 등과 함께 원조 다이너마이트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강돈은 지난 1987년 8월 27일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한 주역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안타제조기였던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청주고 야구부 감독을 맡아 개교 이래 처음으로 봉황대기 4강에 올라가는 파란을 일으킨데 이어 올해에도 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황금사자기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이어갔다. 이 같은 청주고 약진의 중심에는 이강돈 감독이 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청주고 돌풍의 이유는.

“열악한 환경과 전력이었지만 선수들이 에러 없이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해줬다. 타자들은 불과 10개의 안타만을 쳤지만 중요한 순간에 해결해줬고 투수들의 호투도 잇따랐다. 선수들이 잘 해줘서 4강에 오른 것 같다.”

-경북고의 강정길, 천안북일고의 이정훈 등 90년대 초 이글스의 다이너마이트타선을 이끌던 주인공들과 적장으로 만나 경기를 벌이고 있는 소감은.

“강정길 감독은 동기고 이정훈 감독은 고등학교 2년 후배이다. 당연히 경기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특히 이 감독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넘치는 후배이다. 하지만 경기에서 만나면 당연히 경쟁심이 생긴다. 승부는 승부다.”

-선수시절 소문난 주당이었는데 지금은.

“술을 마시는 횟수는 예전보다 뒤지지 않는다. 다만 주량은 나이를 이기지 못하는지 많이 줄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주고 야구부가 재창단됐기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다. 학교와 동문회에서 최대한 도와주는 것은 알지만 야구가 청주고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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