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시·군 예산절감 차원서 민간위탁 추진

▲ 부여군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용역의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부여군 제공>
거리 청소와 쓰레기 수집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신분상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최근 충남도 내 일부 시·군에서 예산절감,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D 업종의 하나로 불려지는 청소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눈비가 내려도 헌신적으로 일해 왔던 이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청소업무가 민간에 위탁될 경우 고용은 승계되는지, 임금은 현재의 수준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등이 이들의 가슴을 조이고 있다.

고용이 그대로 승계된다 해도 향후 해고의 칼날 앞에 서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데다 임금도 당장은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회사의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부여군의 경우 내달 1일부터 민간업체 2곳에 청소용역 위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화원 48명으로 구성된 부여지역 환경관리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가 이달 15일 업무에 일단 복귀했다.

이들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 기간에 해당되는 임금·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서도 우선 업무에 복귀, 부여군과 단계적으로 협상을 벌이겠다는 방침 때문이지만 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군은 파업기간 동안 쓰레기 처리를 위해 자원봉사자,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미화원과 공무원 등을 총동원했지만 면(面) 지역은 손도 못대고 부여읍 내만 처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면 지역은 쓰레기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었다"면서 "현재는 업무에 복귀해 청소업무에 차질이 없지만 향후 재협상 과정에서도 이들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관계자는 "민간위탁은 내달 1일부터 시행키로 이미 협의가 된 상태며, 노조가 요구하는 집회기간 중 임금지급, 징계철회 등은 불법 파업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재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양쪽이 타협점을 찾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제의 고도 부여군은 하루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서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의 이미지에 먹칠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화원들이 요구하는 고용승계, 임금보장 등을 민간업체에서 받아들이도록 군의 담보장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일용직 신분인 이들은 "모두가 꺼려하는 궂은일도 마다 않고 성심 성의껏 일해 온 결과가 고작 짐을 떠넘기듯 민간기업의 직원으로 전락돼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은 힘들어도 신분상 보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묵묵히 감내해 왔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업무 민간위탁은 지난 99년 행정자치부가 예산절감, 구조조정, 효율적 운영 등을 이유로 지침을 마련, 자치단체에 시행토록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충남도내에는 현재 10개 시·군이 시행 중이고, 나머지 5개 시·군은 환경미화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 중이다.

현재 민간위탁을 시행하고 있는 천안시, 보령시 등 10개 시·군의 경우도 부여군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겪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미화원들에 대한 신분보장을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사례에서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지난 86년부터 청소업무를 일찍 민간에 위탁해 온 천안시의 경우 당시 미화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으나 민간위탁자와 협의를 통해 이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해 현재까지 큰 잡음 없이 운영되고 있다.

천안시는 민간위탁을 통해 청소업무에 대한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민원발생도 줄어 현재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예산절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장단점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령시의 경우도 2001년부터 2개 업체에 청소용역을 민간위탁했지만 당시 50명의 미화원 중 9명이 자진 퇴직하고 나머지 41명이 그대로 고용과 임금이 승계됐다.

당시 청소용역업체 입찰조건에 고용을 승계하고 임금도 현 수준을 유지하도록 제시해 큰 잡음 없이 민간에 위탁됐을 뿐만 아니라 미화원들에 대한 퇴직금도 다른 공무원들보다 파격적으로 지급했다.

민간위탁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예산군은 2001년 미화원들의 강한 반발에 의해 보류된 상태지만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전체 합의에 의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쓰레기 대란 등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에 서둘지 않고 미화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해 가겠다"며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리의 파수꾼'으로 일컬어지는 환경미화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고 파업에 돌입하면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를 누가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는 이들의 문제는 곧 주민들과 직접 연결된다.

자치단체도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민간위탁을 추진하겠지만 그늘진 곳에서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결하고 있는 미화원들의 신분문제는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화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타당성을 검토한 후 성의 있는 자세로 교섭을 해야 하고, 청소용역을 수행할 업체들에게도 이에 대한 입찰 조건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소속된 직장과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주민을 위해 더욱 봉사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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