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행자부 재정과장

21세기 초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 주변은 세계화라는 도도한 물결이 지방화, 분권화와 함께 지방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지난 60∼70년대? 우리 나라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추구해야 했던 만큼 어려운 과제로 다가설 것이다.

최근 참여정부하에서 지방분권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추진되면서 세계화는 우리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서민생활의 근거지가 되었던 슈퍼마켓이나 구멍가게가 문을 닫고 주식시장에서는 매일 외국 투자자들이 매수하느냐 매도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것은 그만큼 세계화가 우리들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년 초 전라북도에서 발주액 기준으로 244억원 이상의 국제 입찰 대상을 국내 입찰에 부친 일이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민원협조 차원에서 전라북도에 국제 입찰에 부의하도록 구두 권고를 하였다. 아마 전북에서도 지역업체의 입장과 계약 관련 법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이 국내 입찰을 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입찰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계 회사에서 강력한 항의가 제기되어 지방재정법규를 검토한 결과, 행자부 장관은 전북지사의 입찰을 직권 중지해야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법에 이미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공사 중 국제 입찰에 해당하는 경우는 2002년 기준으로 19건 정도로 관련 조항에 대한 업무 연찬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행자부가 전북의 입찰을 직권중지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마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 경제는 문제가 없는가? 우리 경제의 약 80% 정도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세계화의 추세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갈 때만이 지속적인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우리 사회를 부지불식간에 휘감고 있는 WTO(World Trade Organization)과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체결된 한·칠레간 FTA(자유무역협정)가 농민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의 국회비준 반대로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한국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벗어나 전 세계가 하나로 압축되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에 맞춰 치열한 경쟁에 참여해야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Identity of Brand)을 잃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그 독창성·창의성을 상품화하여 세계적 브랜드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 나라가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했던 것만큼 어려운 지방분권의 과제이다.

금년 초 당초 계획에 따라 2004년도 쌀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화 조치로 전환되기에 앞서 취해진 정부의 '쌀 수매가 인하'가 최근 우리 사회에 태풍의 눈으로 엄습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쌀 소비량의 4% 정도를 차지했던 수입 쌀은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캔음료나 쌀과자·쌀라면 등 가공식품으로 제조되어 사실 국내 쌀값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2004년이면 관세화 유예조치가 끝나기 때문에 농림부가 그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WTO의 도하개발협정(DDA)에서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외국산 쌀은 일정률의 관세를 지불하고 수량에 제한 없이 한국에 수입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우리는 참으로 진퇴양난의 질곡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21세기 무한경쟁의 주체로 나서야 하며, 기본적 틀은 세계화, 지방화의 동시적 추구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세계화만을 추구한다면 지역은 세계시장에 잠식당해 오로지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등만이 존재할 것이고, 그렇다고 지방화만을 추구한다면 북한과 같이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겠다'는 주체사상이나 국수주의에 빠져 침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초 우리 나라의 지방자치단체가 추구해야 하는 숙제는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국민들은 중앙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지방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방의 가치가 중앙의 규범과 판단 기준에 의하여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세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방자칟지방분권,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이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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