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도쿄대학병원에서 노교수의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누구나 존경받는 신장 계통의 권위자였다. 그런데 그는 퇴임사에서 "나는 그동안 의사로서 20%는 오진을 했다"고 고백하며 후배들에게 겸손하고 더욱 연구할 것을 당부했다.

그때 두 가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젊은 의사들은 "아니, 20%나?"하고 놀랐고, 중견 의사들은 "저분이니까 20%밖에 안되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20%의 오진'은 오히려 좋은 성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듯 '명의'라고 존경받는 의사도 오진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칫 잘못된 처방으로 병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의사만 그런게 아니다.

1997년 미국의 경제학자로서 노벨상을 받은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턴이라는 두 사람이 LTCM이라는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미국 뉴욕의 금융가에서는 노벨 경제학자,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사람이 만든 것이어서 LTCM은 대단한 속력으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의 가격 변동은 대학 연구실에서처럼 이론만으로 파악되고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LTCM은 침몰하고 말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전문가도 의사처럼 오진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다.

세상을 시끄럽게 들쑤셔놨던 인터넷 논객으로 알려진 소위 '미네르바'가 지난 연말 '3월 위기설'을 제기했고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그에 동조했다. 결국 30대의 박 모 씨로 밝혀진 '미네르바'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 영향력으로 '얼굴 없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졌었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3월에 파국이 온다는 것, 즉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500선으로 추락하고 강남 부동산은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것… 등등.

이 같은 '3월 위기설'은 인터넷을 타고 큰 폭발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심지어 그 위기의 내용들이 공포에 휩싸인 '괴담'으 까지 재생산되어 갔다.

청와대까지 나서 '3월 위기설은 실체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그 '괴담'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3월이 시작되면서 금융시장은 파란불이 여기 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가가 1200선을 향하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를 가시권으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흑자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달러를 일부 회수할 정도로 외화유동성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청신호다. 대전에서도 계룡건설이 내놓은 '학의 뜰'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봄바람을 일으켰다. 희망을 주는 메시지다.

분명 '3월 위기설'은 지금 3월을 다 보내면서 실체 없이 사라지고 있다.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갑자기 '꽃샘추위'가 불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전망했던 것과 같은 '3월 위기설'은 3월이 다가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미네르바'가 나타나고 그들은 '4월 위기설'을 만들어 낼까? 그리고 얼굴 없는 경제대통령은 '괴담'으로 그것을 포장을 할까?

이제 우리나라도 오진하는 경제의사들의 처방에 흔들리지 말고 신뢰와 자신감으로 우리의 경제를 지켜야 한다. WBC야구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투지가 필요하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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