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人터뷰]“악플러와도 소통…블로그, 나를 키웠다”
블로그를 만드는 건 자유지만 수 없이 많은 블로그 가운데 주목받는 건 그리 쉽지 않다.
블로그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를 운영하는 최미정 씨는 지난해 12월 티스토리가 선정한 '올해의 블로거'다. 그의 블로그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00~4000명 정도로, 개인 블로그치고 상당히 많은 숫자다.
지난 16일 오전 최 씨의 집 인근 배재대 21세기관에서 그를 직접 만나 블로그의 인기 비결과 일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서른을 막 넘긴 최 씨는 '라라 윈'이라는 블로그 닉네임 어감처럼, 스트레스 받을 법한 심각한 상황도 웃음으로 지혜롭게 넘길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2007년 10월 23일 블로그라는 별천지를 알게된 후 어느덧 1년 6개월이 다 돼간다”며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받거나 악플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나 자신을 키울 수 있어 좋았다”고 블로그를 통해 얻은 것을 설명했다.
‘연애질에 대한 고찰’ ‘가까이 있는 미술’ ‘맛난 거 사먹기’ 등 총 23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최 씨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고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글은 솔직·담백한 문체에, 재밌는 분석과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여성 네티즌에게 특히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 매일 2~3편의 글을 업데이트하는 최 씨의 부지런함이 눈에 띈다. 더구나 남의 게시물을 옮겨 그대로 싣는 ‘퍼온글’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놀랄만하다.
낮에 학원강사로 일하는 그는 블로그 관리를 위해 하루 4~5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두 시간 쯤 다른이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두세 시간은 방문객이 남긴 글에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만들어 올리는데 쓴다.
그는 “소재가 특이하진 않지만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듯하다”며 “블로그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자 교류이기 때문에 읽는 분도 그렇지만 저 자신도 글을 쓰면서 소통을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티스토리 블로그 외에도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운영 중이다. 미니홈피는 개인 신변과 지인관리로, 블로그는 일상의 관심사에 대한 기록 등으로 용도가 분리돼 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되려면 오늘도 조금 바뀌어야 한다'가 인생 좌우명이라는 최 씨. 그는 “제가 쓴 글에 대해 남들이 날카롭게 지적하면 듣기는 싫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 많이 배운다”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으면 바꿀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자신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 씨의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잠시 머물다가는 곳일지 모르지만, 그에겐 매 순간 행복한 인생을 함께하는 기록이 되고 있다. 다음은 최 씨의 일문일답.
-2008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비결?
"사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 블로그는 딱히 전문적인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사람들도 '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블로그 이름이 '서른살의 철학자, 여자'던데?
"철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데.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던 게 스물아홉 살, 서른 살이 되기 두달 전이었어요. 한참 서른살이 되는 시점이 사람 마음이 심란하면서 생각이 참 많더라구요. 어떤 분이 '여자 나이가 서른을 넘겨 가면 철학자가 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생각이 복잡해서 그렇게 말하나 보다'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어요."
-닉네임 '라라 윈'은 어떻게 지었나?
"예전에 블로거 활동 전에 대전에 와서 친구도 없고 해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할 때 사용한 이름이 샬라라였어요. 오프라인에선 발음이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라라야'하고 불렀는데, 거기에 '윈(win)'자 하나 붙여서 만들었어요"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다른 것 검색을 하다가 당시 모 사이트에서 추천인에게 추천을 받거나 자신이 가입을 시키면 보너스를 주는 혜택이 있었나 보더라구요. 어떤 분이 '블로그만 시작하면 한 달에 월급과 똑같은 돈을 법니다' 그런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해볼까' 그런 생각이 컸어요."
-블로그 운영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에 글 쓰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두세 시간 쓰고, 다른 분들 글 쓰신 것 보는데 두세 시간 해서 한참 해요. 퇴근하고 운동하고 나서 밤부터 새벽시간에 많이해요. 하루에 네다섯 시간은 하는 것 같아요."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그때그때 다른데 티스토리 통계치가 기계방문자를 많이 잡는다는데, 그걸 포함하면 3000~4000명 정도 되는 듯해요."
-방문자가 많아 월수익도 많을 듯한데?
"방문자에 비해서 수익은 너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블로그로 돈을 벌까' 궁금은 했는데? 방법을 잘 몰라서 그 전전달까지만 해도 광고를 한 종류밖에 게재를 안해, 십 몇 만 원 정도였어요. 구글 애드센스까지 설치하니 이제는 30~40만 원 정도 돼요."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
"같이 공감해 주는 분들이 많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올리지만 다른 분이 말씀을 해주시면 저 역시 같이 위로를 많이 받고, '다른 사람도 이렇게 느끼는구나' 많이 배우고 그럴 때가 보람되고 뿌듯하고 해요."
-악플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지?
"있었어요. 악플 남겨주시는 분을 맨 처음 겪었을 땐 한동안, 몇 달을 블로그를 안했어요. 상처가 진짜 크더라고요. 재미삼아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려고 하는데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 말이 계속해서 혼자 맴돌기도 하고. 근데 조금 지나니까 나름 그런 악플에도 '아, 이런 악플도 있구나'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해요."
-악플 중 가장 상처를 준 것은?
"처음에 상처 받은 악플은 제가 요리를 못하는데 간단한 것 한 번 올렸다가 환경호르몬 때문에 한참 시달렸을 때가 있었어요. 요즘에 대체적으로 많은 악플은 제목에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라고 올려선지 '서른살 먹고 이것밖에 생각을 못하냐' '서른살 넘도록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건 못 배웠냐' 이런 식으로 딱 한줄 간단하게 남기는 분도 계시는 데 그런 것 보면 재밌기도 하고 그래요."
-악플엔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런 말씀에 덧붙여서 날카롭게 하시면 듣기는 싫은데, 맞는 말도 있어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아들여요."
-자신의 글이 많이 읽히는 이유?
"제 블로그 글이 작은 주제를 다루기?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아요. 딱히 제가 글을 재밌게 풀어내거나 유머가 넘치거나 하진 않아요. 일상생활에 소소한 부분들인데 그런 걸 꺼내니까 재밌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글 자체를 잘 쓴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클릭수가 많은 글의 주제는?
"일상생활이야기랑 연애질에 대한 고찰요. '연애에서 이런 부분이 많더라' '연애란 이런 것 아닐까' 하는 부분을 많이 봐주시는 듯 해요."
-글처럼 실제 연애도 잘 하는지?
"지금 남자친구가 없어요. 가끔은 그런 걸 쓸 때 좀 죄송스럽기도 해요. 저도 제 앞가림을 못하면서. 그런데 남자친구가 없다보니까 연애에 대한 주제에 스스로도 관심이 많아요."
-이상형은?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이 좋을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분, 잘 생긴 분보다 체격이 좋은 분을 좋아해요. 외모는 꽃미남 스타일보다는 강호동 씨처럼 체격이 좋은 분을 좋아해요."
-블로그 운영 외에 여가 시간엔 뭘 하는지?
"1년 정도 검도를 조금 배워봤어요. 운동을 못하다가 하니까 재밌더라구요. 이제 막 1단을 땄어요. 여전히 어설픈데 같이 다니는 초등학생들 굉장히 잘하는 데 저는 옆에서 헤매고 있어요."
-블로그에 올릴 글소재로 영감을 주는 대상?
"주변에서 다른 분들 글을 보거나 사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부분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어떤 분들이 '블로거 병'이라고 하던데 저도 좋은 게 있으면 얼른 카메라부터 꺼내놓아요. 오늘도 인터뷰하는데 '기자님들을 나도 한 번 찍어봐야지'하고 카메라를 가져왔어요."
-사진을 잘 찍던데,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는 데 전공 때문에 산 카메라가 '니콘 70-S'예요. 제가 대학에서 서양화 전공이다 보니까 마지막 졸업작품할 때는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들고 다닐 수 없어 카메라로 찍어서 들고 다닐 때가 많아서 이걸 샀어요. 카메라에 비하면 올린 결과물은 부끄러운 사진들이예요. 부족한 실력을 카메라가 메워주는 것 같아요."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블로그를 부업삼아 하는게 많다보니까 처음엔 저도 '500만 원을 번다' 그런 기사도 보고 기대도 했어요. 제가 광고를 달아놓고 맨 처음 하루 1000명이나 왔다간 날이 있었는데 그날 수입이 40원이었어요. 블로그 수입이라는 게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최적화도 돼야 하거든요. 광고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부업으로 성공할 수 있어요. 시작하는 분들에게 수익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 취미로 생각해야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장 행복한?때는?
"맛있는 거 먹을 때도 그렇고 학원에서 애들이 말 잘들을 때도 행복해요. 매순간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요."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마케팅의 M 과 바이블의 합성어 예요. blog.naver.com/wansonam_1
한번 놀러와 주세요. 대전에 이런분이 있다니 무지 반갑네요.
4~5시간이라면 노력도 대단 하신듯 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