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人터뷰]“악플러와도 소통…블로그, 나를 키웠다”

블로그를 만드는 건 자유지만 수 없이 많은 블로그 가운데 주목받는 건 그리 쉽지 않다.

블로그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를 운영하는 최미정 씨는 지난해 12월 티스토리가 선정한 '올해의 블로거'다. 그의 블로그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00~4000명 정도로, 개인 블로그치고 상당히 많은 숫자다.

지난 16일 오전 최 씨의 집 인근 배재대 21세기관에서 그를 직접 만나 블로그의 인기 비결과 일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티스토리 '2008 베스트 블로거' 최미정 씨를 지난 16일 오전 배재대 21세기관에서 그를 직접 만나 블로그의 인기 비결과 일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권도연 기자
티스토리 '2008 베스트 블로거' 최미정 씨를 지난 16일 오전 배재대 21세기관에서 그를 직접 만나 블로그의 인기 비결과 일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권도연 기자

서른을 막 넘긴 최 씨는 '라라 윈'이라는 블로그 닉네임 어감처럼, 스트레스 받을 법한 심각한 상황도 웃음으로 지혜롭게 넘길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2007년 10월 23일 블로그라는 별천지를 알게된 후 어느덧 1년 6개월이 다 돼간다”며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받거나 악플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나 자신을 키울 수 있어 좋았다”고 블로그를 통해 얻은 것을 설명했다.

‘연애질에 대한 고찰’ ‘가까이 있는 미술’ ‘맛난 거 사먹기’ 등 총 23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최 씨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고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글은 솔직·담백한 문체에, 재밌는 분석과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여성 네티즌에게 특히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 매일 2~3편의 글을 업데이트하는 최 씨의 부지런함이 눈에 띈다. 더구나 남의 게시물을 옮겨 그대로 싣는 ‘퍼온글’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놀랄만하다.

낮에 학원강사로 일하는 그는 블로그 관리를 위해 하루 4~5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두 시간 쯤 다른이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두세 시간은 방문객이 남긴 글에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만들어 올리는데 쓴다.

그는 “소재가 특이하진 않지만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듯하다”며 “블로그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자 교류이기 때문에 읽는 분도 그렇지만 저 자신도 글을 쓰면서 소통을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티스토리 블로그 외에도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운영 중이다. 미니홈피는 개인 신변과 지인관리로, 블로그는 일상의 관심사에 대한 기록 등으로 용도가 분리돼 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되려면 오늘도 조금 바뀌어야 한다'가 인생 좌우명이라는 최 씨. 그는 “제가 쓴 글에 대해 남들이 날카롭게 지적하면 듣기는 싫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 많이 배운다”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으면 바꿀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자신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 씨의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잠시 머물다가는 곳일지 모르지만, 그에겐 매 순간 행복한 인생을 함께하는 기록이 되고 있다. 다음은 최 씨의 일문일답.

-2008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비결?

"사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 블로그는 딱히 전문적인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사람들도 '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블로그 이름이 '서른살의 철학자, 여자'던데?

"철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데.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던 게 스물아홉 살, 서른 살이 되기 두달 전이었어요. 한참 서른살이 되는 시점이 사람 마음이 심란하면서 생각이 참 많더라구요. 어떤 분이 '여자 나이가 서른을 넘겨 가면 철학자가 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생각이 복잡해서 그렇게 말하나 보다'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어요."

-닉네임 '라라 윈'은 어떻게 지었나?

"예전에 블로거 활동 전에 대전에 와서 친구도 없고 해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할 때 사용한 이름이 샬라라였어요. 오프라인에선 발음이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라라야'하고 불렀는데, 거기에 '윈(win)'자 하나 붙여서 만들었어요"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다른 것 검색을 하다가 당시 모 사이트에서 추천인에게 추천을 받거나 자신이 가입을 시키면 보너스를 주는 혜택이 있었나 보더라구요. 어떤 분이 '블로그만 시작하면 한 달에 월급과 똑같은 돈을 법니다' 그런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해볼까' 그런 생각이 컸어요."

-블로그 운영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에 글 쓰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두세 시간 쓰고, 다른 분들 글 쓰신 것 보는데 두세 시간 해서 한참 해요. 퇴근하고 운동하고 나서 밤부터 새벽시간에 많이해요. 하루에 네다섯 시간은 하는 것 같아요."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그때그때 다른데 티스토리 통계치가 기계방문자를 많이 잡는다는데, 그걸 포함하면 3000~4000명 정도 되는 듯해요."

-방문자가 많아 월수익도 많을 듯한데?

"방문자에 비해서 수익은 너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블로그로 돈을 벌까' 궁금은 했는데? 방법을 잘 몰라서 그 전전달까지만 해도 광고를 한 종류밖에 게재를 안해, 십 몇 만 원 정도였어요. 구글 애드센스까지 설치하니 이제는 30~40만 원 정도 돼요."

최미정 씨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엔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카메라 '니콘 70-S'를 들고다니며 찍는다.
최미정 씨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엔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카메라 '니콘 70-S'를 들고다니며 찍는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

"같이 공감해 주는 분들이 많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올리지만 다른 분이 말씀을 해주시면 저 역시 같이 위로를 많이 받고, '다른 사람도 이렇게 느끼는구나' 많이 배우고 그럴 때가 보람되고 뿌듯하고 해요."

-악플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지?

"있었어요. 악플 남겨주시는 분을 맨 처음 겪었을 땐 한동안, 몇 달을 블로그를 안했어요. 상처가 진짜 크더라고요. 재미삼아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려고 하는데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 말이 계속해서 혼자 맴돌기도 하고. 근데 조금 지나니까 나름 그런 악플에도 '아, 이런 악플도 있구나'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해요."

-악플 중 가장 상처를 준 것은?

"처음에 상처 받은 악플은 제가 요리를 못하는데 간단한 것 한 번 올렸다가 환경호르몬 때문에 한참 시달렸을 때가 있었어요. 요즘에 대체적으로 많은 악플은 제목에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라고 올려선지 '서른살 먹고 이것밖에 생각을 못하냐' '서른살 넘도록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건 못 배웠냐' 이런 식으로 딱 한줄 간단하게 남기는 분도 계시는 데 그런 것 보면 재밌기도 하고 그래요."

-악플엔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런 말씀에 덧붙여서 날카롭게 하시면 듣기는 싫은데, 맞는 말도 있어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아들여요."

-자신의 글이 많이 읽히는 이유?

"제 블로그 글이 작은 주제를 다루기?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아요. 딱히 제가 글을 재밌게 풀어내거나 유머가 넘치거나 하진 않아요. 일상생활에 소소한 부분들인데 그런 걸 꺼내니까 재밌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글 자체를 잘 쓴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클릭수가 많은 글의 주제는?

"일상생활이야기랑 연애질에 대한 고찰요. '연애에서 이런 부분이 많더라' '연애란 이런 것 아닐까' 하는 부분을 많이 봐주시는 듯 해요."

-글처럼 실제 연애도 잘 하는지?

"지금 남자친구가 없어요. 가끔은 그런 걸 쓸 때 좀 죄송스럽기도 해요. 저도 제 앞가림을 못하면서. 그런데 남자친구가 없다보니까 연애에 대한 주제에 스스로도 관심이 많아요."

-이상형은?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이 좋을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분, 잘 생긴 분보다 체격이 좋은 분을 좋아해요. 외모는 꽃미남 스타일보다는 강호동 씨처럼 체격이 좋은 분을 좋아해요."

-블로그 운영 외에 여가 시간엔 뭘 하는지?

"1년 정도 검도를 조금 배워봤어요. 운동을 못하다가 하니까 재밌더라구요. 이제 막 1단을 땄어요. 여전히 어설픈데 같이 다니는 초등학생들 굉장히 잘하는 데 저는 옆에서 헤매고 있어요."

-블로그에 올릴 글소재로 영감을 주는 대상?

"주변에서 다른 분들 글을 보거나 사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부분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어떤 분들이 '블로거 병'이라고 하던데 저도 좋은 게 있으면 얼른 카메라부터 꺼내놓아요. 오늘도 인터뷰하는데 '기자님들을 나도 한 번 찍어봐야지'하고 카메라를 가져왔어요."

-사진을 잘 찍던데,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는 데 전공 때문에 산 카메라가 '니콘 70-S'예요. 제가 대학에서 서양화 전공이다 보니까 마지막 졸업작품할 때는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들고 다닐 수 없어 카메라로 찍어서 들고 다닐 때가 많아서 이걸 샀어요. 카메라에 비하면 올린 결과물은 부끄러운 사진들이예요. 부족한 실력을 카메라가 메워주는 것 같아요."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블로그를 부업삼아 하는게 많다보니까 처음엔 저도 '500만 원을 번다' 그런 기사도 보고 기대도 했어요. 제가 광고를 달아놓고 맨 처음 하루 1000명이나 왔다간 날이 있었는데 그날 수입이 40원이었어요. 블로그 수입이라는 게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최적화도 돼야 하거든요. 광고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부업으로 성공할 수 있어요. 시작하는 분들에게 수익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 취미로 생각해야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장 행복한?때는?

"맛있는 거 먹을 때도 그렇고 학원에서 애들이 말 잘들을 때도 행복해요. 매순간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요."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